[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 찬반 세력이 5일(현지시간) 카이로 헬리오폴리스 대통령 궁 주변에서 충돌했다.
이집트 정국은 지난 6월 무르시 대통령 취임 이후 최악의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무르시 지지 기반인 무슬림형제단을 주축으로 한 이슬람주의자들 수천명과 야권ㆍ시민단체 회원들로 구성된 무르시 반대 세력이 이날 오후 6시께부터 대통령궁 주변에서 대치하며 충돌했다.
이날 충돌은 무슬림형제단이 전날 밤부터 대통령궁 주변에 몰려와 텐트를 치고 무르시를 비판하던 시위대를 쫓아내려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양측의 충돌로 수십 명이 다쳤으며 대결 양상은 갈수록 격해져 부상자는 계속 늘 것으로 보인다.
경찰의 개입에도 양 시위대는 서로를 향해 돌과 화염병을 던졌고 일부 시위 참여자는 총기를소지했다가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집트 수니파 최고 종교기관인 알 아즈하르의 아흐메드 엘 타예브 대(大)이맘은 충돌이 격화하자 "양측은 협상에 나서라"고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자신을 비판하는 시위대의 습격을 우려해 전날 밤 대통령궁을 빠져나간 무르시 대통령은 다음 날인 이날 오전 대통령궁에 복귀했다.
무르시는 지난달 22일 사법기관의 의회 해산권을 제한하고 대통령령과 선언문이최종 효력을 갖는다는 내용 등이 담긴 새 헌법 선언문을 발표해 논란을 일으켰다. 무르시는 또 이슬람주의자들이 장악한 제헌의회의 새 헌법 초안을 오는 15일 국민투표에 부치기로 하면서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야권의 대표 인사인 함딘 사바히는 "헌법 초안을 작성하는 작업에 야권을 합류시키지 않을 경우 우리는 새 헌법에 대한 국민 투표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마흐무드 멕키 이집트 부통령은 이날 대통령궁 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 헌법에 대한 국민투표를 예정대로 오는 15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논란이 되는 일부 헌법 조항은 국민투표에 들어가기 전에 야권과 협의할 수 있다"고 전했다.
관영메나(MENA) 통신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대통령 보좌진 가운데 3명이 전격 사임했다고 보도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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