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방송된 SBS <드라마의 제왕>은 전국 기준 7.4%(AGB닐슨미디어리서치), MBC <마의>는 18% 시청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수치는 실제 시청자들을 100% 반영하지는 못한다. 이미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 <드라마의 제왕>을 보는 사람들, 본방은 못 봐도 VOD로 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시청률 집계는 방송을 정규 시간에 TV로 보는 특정 가구 패널을 조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많은 사람은 이 구조가 환경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럼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양적, 질적 집계를 추구하는 시청률의 새로운 대안, CoB 2.0
한계를 보완하려는 시도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CJ E&M이 닐슨코리아와 만든 CoB 2.0은 방송을 CPI(Content Power Index)와 CVI(Content Value Index) 두 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CPI는 실제 시청률 뿐 아니라 웹과 모바일 상의 반응을 체크하고, CVI는 부정적인 이슈로 늘어난 데이터를 걸러내 프로그램의 긍정적인 가치를 설문 형식으로 반영해 다각도로 가치를 평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CPI는 프로그램 관련 기사 구독량(가벼운 관심도), 프로그램 직접 검색량과 홈페이지 방문량(적극적인 관여도), SNS에서 언급 또는 공유되는 버즈량(몰입도가 높은 반응) 등 단계적으로 분석돼 단순 시청률로 알 수 없는 시청자의 몰입도를 파악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실제 지난달 5일부터 11일까지의 AGB닐슨 주간 시청률과 CPI 순위를 비교하면 20위권 밖에 있던 <드라마의 제왕>과 MBC <보고싶다>가 각각 11위, 7위로 올랐음을 확인할 수 있다. CJ E&M 미디어전략팀의 홍정아 대리는 “인터넷 사용자 행태나 온라인 버즈 측정은 닐슨코리안클릭, nmincite 등 업계 공식 데이터를 활용해 객관성을 높이려 한다”며 “CVI는 20~49세 전국 남녀 패널을 대상으로 만들지만 점차 연령대를 넓힐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CoB 2.0은 시청의 양적 규모보다 실시간 시청 외 다양한 기준으로 프로그램을 평가하는 데에 유용한 질적 차원의 자료다. 단순히 CoB 2.0이 초기 단계라서가 아니라 AGB닐슨이 제공하는 시청률 외에 모바일이나 온라인 실시간 시청자 수는 기술적인 문제로 정확히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영향력을 갖기 힘들다. 이 같은 보완재와 시청 규모를 드러내는 현재 시청률이 함께 개선되어야 하는 건 그래서다. “CoB 2.0이나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매월 발표하는 시청자 몰입도 지수인 PEI(Program Engagement Index)는 얼마나 집중해서 보느냐를 주로 판단하기 때문에 기준은 될 수 없다”며 “결국 휴대용 피플미터나 모바일 패널을 모집해 지금의 시청률을 개선하지 않는 한 근본적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정용찬 박사의 말은 같은 맥락이다. MBC 드라마국 고위 관계자 또한 “CoB 2.0처럼 다른 평가 기준이 필요한 건 인정하지만 과연 그 자료를 얼마큼 신뢰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부족함을 언급했으며 SBS 드라마국의 김영섭 EP는 “방송통신위원회나 정부에서 나서 객관적인 제도와 지수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콘텐츠의 제작은 시청률의 변화에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문제는 비용이다. 정용찬 박사는 “이미 기술은 마련됐다”며 “과거 시청률 조사 패널을 수도권에서 농촌 지역까지 넓힐 때는 정부가 예산을 지원했지만, 지금은 시청률 조사 방법을 바꾸는 데 필요한 비용을 지불하는 곳이 없어 답보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시청률 개선 논의가 계속됐지만 마땅한 결과가 없었던 주요 원인인 셈이다. 하지만 방송 시청 및 소비 방식은 시청률 조사 시스템이 제자리에 머무는 동안에도 추측이 아닌 실제 수치로 증명되고 있을 만큼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지난 11월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표한 <인터넷 매체의 확산과 TV 시청행태의 변화>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12년까지 젊은 세대의 실시간 TV 시청시간은 그 이후 세대의 반 정도고 그나마도 점점 줄고 있으며 실시간으로 TV를 시청하면서 스마트폰이나 PC로 방송 관련 정보 검색 및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소셜 TV’는 확대되고 있다.
결국 현실에서 점점 멀어지는 시청률로 피해를 입는 것은 일관된 잣대로 평가 절하되는 콘텐츠와 이로 인해 차후 다양한 콘텐츠가 시도되기 힘들어질 시장이다. 더 새롭고, 다양한 콘텐츠는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환경 위에서만 정상적으로 계속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시청률은 늘 완벽할 수 없지만 마련된 방안이 있는 만큼 이제 정부의 관련 부처와 산업 이해관계자들이 시청률 개선 필요를 언급하는 것에서 나아가 적극적으로 대책을 시행할 때다. “지금 시청률로 잡히는 연령대의 시청과 취향으로만 드라마가 평가되면 관련 산업 전체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는 김영섭 EP 말을 우려로만 그치게 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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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10 아시아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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