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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100퍼센트] <마의>, 마성의 초인이 되어야 사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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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100퍼센트] <마의>, 마성의 초인이 되어야 사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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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마의>에서 백광현(조승우)는 중요한 순간마다 주변 여성들의 도움을 받는다. 숙휘공주(김소은)는 백광현을 사복시 마의에 채용하고, 강지녕(이요원)은 그가 의원 시험에 합격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시간과 돈을 들인다. 또한 백광현이 목숨을 구해준 서은서(조보아)는 그의 오빠부터 “은혜를 반드시 갚겠다”고 약속했고, 백광현의 운명을 바꿀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 역시 의녀 장인주(유선)다. 하다못해 유명한 음식점 무교탕반의 주인 주인옥(최수린)은 앞으로도 백광현에게 공짜 국밥을 먹일 것이고, 백광현을 보면 “잘생겼다”며 어쩔줄 몰라하는 의녀들은 그에게 늘 호의적이다.

백광현은 MBC <대장금>의 장금(이영애)처럼 자신의 일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고, MBC <허준>의 허준(전광렬)처럼 환자의 생명에 절실하게 매달리며, 강지녕에게 “제 손이 덥썩덥썩 잡고 싶게 생겼어요”라고 말하는 능글맞은 유머 감각은 MBC <동이>의 숙종(지진희)을 연상시킨다. 지금까지 이병훈 감독의 사극 주인공들이 타고난 성품과 재능을 가진 초인들이었다면, 백광현은 여성과의 소통과 공감 능력까지 더한 마성의 남자다. <마의>에서 여성들은 남성들에게 결혼을 강요당하거나, 과부는 남편을 따라죽지 못한 것에 대한 압박을 받는다. 그 시절에 백광현은 서은서가 여자로서는 밝히기 어려운 병이 있다는 것을 알자 부끄러워하지 않을 방법으로 병을 알려주는 감성까지 가졌다. 백광현은 마의이기 때문에, 여자들은 여자이기 때문에 세상의 벽에 부딪히고, 두 계층이 애정을 바탕으로 연합하면서 백광현이 신분제의 벽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생긴다.


마의가 인의가 되는데 필요한 것들


[강명석의 100퍼센트] <마의>, 마성의 초인이 되어야 사는 남자 광현을 돕는 여자들은 자유와 능력을 모두 가졌고, 그것은 상당부분 아버지 세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그러나, 이성하(이상우)는 백광현에게 강지녕과의 관계에 대해 “궐 밖”에서는 신분의 고하가 엄격하다고 말한다. 이성하의 경고는 백광현 주변의 여성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백광현 주변의 여성들은 다른 여성들에 비해 사생활의 자유를 얻는다. 강지녕은 고아이면서도 막대한 유산의 상속녀이기에 후견인 이명환(손창민)에게 강하게 자기 주장을 하고, 숙휘공주는 아버지 현종(한상진)의 힘으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 서은서는 죽은 남편 때문에 정신적으로 괴롭지만, 동시에 과부가 된 부유한 집안의 딸이기에 비교적 자유롭게 백광현을 만난다. 이들의 자유는 궐 안의 권력자들이 마련한 부와 권력을 바탕으로 그들의 독특한 사연이 결합한 결과고, 궐 밖의 평범한 여성들은 누리기 힘든 것이다. 또한 자신의 능력을 통해 성공한 주인옥은 그의 재력으로 벌이는 로비에 초점이 맞춰지고, 장인주의 직업적인 성취 뒤에는 수의 고주만(이순재)같은 공명정대한 상사의 배려가 있다.


신분제의 문제점을 주장하되, 신분제를 넘어서는 것은 개인의 노력과 운이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신분에 구애받지 않는 세상이라는 테마는 이병훈 감독의 일관된 테마고, 자유롭게 사는, 또는 살고픈 여성들과 한 남성의 이야기로 묶어내는 것은 그가 <마의>에서 선택한 새로운 이야기의 방식이다. 그러나, 달라진 이야기가 전달하는 것은 오히려 퇴행에 가까운 메시지다. 마의가 인의가 되려면 재능과 인품은 물론 여자를 사로잡는 매력을 가져야 하고, 그를 돕는 여자들도 궐 밖에서는 좀처럼 허용되지 않는 자유와 능력을 모두 가져야 한다. 이병훈 감독은 <허준>에서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는 위대한 개인을 보여주었고, <대장금>에서는 수라간을 통해 지도자의 교체를 통한 정치와 시스템의 개혁 가능성을 제시했다. MBC <이산>의 이산(이서진)은 정책 변화를 통한 국가의 개혁을 말했고, <동이>에는 신분제의 모순을 견디지 못한 천민들의 저항을 그렸다. 그것이 성공적이냐를 떠나 이병훈 감독은 신분제를 비롯한 사회 개혁에 대한 시선을 점점 궐 안의 개인에서 궐 밖의 세상 전체로 확장시켰다.


고시생 자수성가 이야기의 다른 버전


[강명석의 100퍼센트] <마의>, 마성의 초인이 되어야 사는 남자 이병훈 감독의 전작 <대장금>과 <이산>은 주인공의 성장과 함께 드라마의 세상도 바꿨다.


반면 <마의>는 다시 모든 문제를 궐 안의 개인의 노력으로 돌려놓았다. 단지 궐 안의 의원 이야기이기 때문이 아니다. 현종과 고주만은 계속 개혁을 이야기하지만, 18회가 지나도록 그들의 개혁안은 능력에 따라 공정하게 인사를 등용하겠다는 원론적인 이야기에 그친다. 그에 따라 고주만의 반대편에 있는 이명환 역시 백광현을 방해하는데만 집중하고, 이야기의 초점은 백광현이 얼마나 초인적인 능력으로, 어떤 여자의 도움과 행운을 통해 위기를 벗어나느냐에만 맞춰진다. 이명환이 살아있는 한, 또는 그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기 전까지 백광현은 계속 위기에 처할 것이고, 그를 둘러싼 세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대장금>과 <이산>은 주인공이 성장하는 동안 수라간이, 또는 이산을 둘러싼 정세가 조금씩 바뀌었다. 그러나 <마의>는 모든 성공에 필요한 노력도, 결실도 백광현에게 돌아가도록 한다. 그 외에 궐 밖에 있는 마의들의 삶은 변하지 않는다. 백광현의 출생의 비밀을 빠르게 몰아붙인 아역 시절을 제외하면, <마의>는 마치 일일 드라마처럼 착하고 능력있는 주인공의 수난과 극복만을 반복할 뿐이다.


그래서, 백광현이 여성들의 도움을 받아 의원에 한발짝씩 다가가는 과정은 회가 거듭될수록 신분의 벽을 깨는 것이 아니라 자수성가한 고시생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착하고 잘생기고 능력도 좋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운 고시생이 부유한 여성의 도움을 받아 성공한다. 이런 고시생의 합격은 그 자체로는 좋은 일이겠지만, 그것은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뛰어난 능력과 좋은 운까지 가진 개인의 미담일 뿐이다. 그것으로도 볼만한 재미는 있다. 일일 드라마가 여전히 재미있는 것처럼. 하지만 이병훈 감독이 할 수 있었던 것이 과연 그것 뿐이었을까. <허준>과 <대장금>은 시청자들에게 공정하고 의로운 사람에 대한 희망을 주었고, <이산>은 무엇인가 바꿔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하지만 <마의>는 무엇을 남길까. 멋진 남자와 여성이 사랑하고 성공하는 이야기가 남았다고 해야할까. 물론, 그 주인공이 내가 될 가능성은 0%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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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강명석 기자 two@
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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