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재범 기자]여러 인터뷰에서 배우 김아중은 영화 ‘나의 PS파트너’ 출연 이유에 대해 “평범한 여자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가만 곱씹어 봤다. 대체 대한민국 남자 가운데 김아중을 보고 평범함을 느낄 수 있는 무관심의 결정체가 있을까. 이건 말이 안 되는 대답이다. 그렇기에 ‘나의 PS파트너’는 꽤 야릇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영화 제목에 ‘PS’의 뜻이 ‘폰섹스’ 혹은 ‘파트너 스캔들’이라고 하지 않나.
4일 삼청동 한 카페에서 김아중을 만났다. 영화가 의외로 쏠쏠한 재미로 꽉 차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단다. 가뜩이나 추위로 발그레한 볼이 더 홍조를 띠며 “정말인가”라고 되 물었다. 그럼에도 직업적 의식을 망각한 채 남자로서의 아쉬움을 털어놨다. ‘김아중의 노출이 아쉬웠다’고 말하자 “그래도 꽤 벗었는데”라며 웃는다.
김아중은 “노골적으로 19금 로맨틱 코미디를 내세우고 나왔으니 노출이야 당연히 있는데, 그것만 생각하고 보면 차라리 야동이 너 좋은 것 아니냐”면서 “이 영화가 내용적 호기심을 많이 불러일으키기는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계속 남자 관객들에게 좀 더 ‘보너스’를 줬으면 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김아중은 뜨끔하게 “그래서 남자들이 다 짐승이다. 으이그”라며 핀잔을 줬다.
본격적인 영화 얘기로 갔다. 확실한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주 관람 타깃이 좀 애매한 느낌이 컸다. 남성 시각? 혹은 여성의 눈으로 본 남성의 성적 판타지? 어떤 부분을 말하는 건지가 좀 불분명한 것 같았다. 김아중 역시 그 부분에 대해 첫 시나리오 리딩부터 느낀 부분이라고 한다. 결국 감독과의 난상토론으로 내용상의 포인트를 정리했다고.
그는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윤정(극중 김아중의 캐릭터)의 느낌이 딱 둘로 나뉘더라. 램프를 문지르면 ‘뽕’하고 튀어나오는 알라딘의 요정, 혹은 연애 쑥맥의 결정판 정도”라면서 “요정이라면 남자들에게 환상과 자극을 주는 판타지적인 느낌이 강해야 하고, 반면 쑥맥이라면 현실에 대한 좌절감이 커야 한다. 그런데 감독님이 이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가자고 하더라. 쉽지는 않은 작업이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 두 가지 포인트를 모두 살려야 하는 입장에서 ‘폰섹스’란 아이템은 가장 적절한 소재였다. 김아중 역시 영화에서 꽤 야릇한 노출을 여러 번 감행한다. 하지만 진짜 김아중을 섹시의 아이콘으로 만든 것은 ‘신음소리’. 극장안에 울려 퍼지는 김아중의 ‘숨 넘어 가는 소리’에 남자 관객들의 침 넘어 가는 소리가 오버랩 될 정도로 강렬했다.
김아중은 “한 기자 분은 ‘차원이 다른 소리’라고 하시더라(웃음)”면서 “그냥 난 연기를 하면 그 배역에 홀라당 빠지는 그런 게 있다. 물론 다른 배우들도 그렇겠지만 난 좀 심한 것 같다. 그렇다고 후유증을 겪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그렇게 보이지 않나”라며 털털한 웃음을 쏟아냈다. 특히 현승(지성)과 전화로 주고받는 대사의 강도는 그 어떤 파격적인 노출보다 더한 강렬함이 컸다. 얼굴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그 정도의 대사를 할 수 있다니. 그는 “그러니 더 기억에 남는 거다. 감독님이나 지성씨나 나나 그걸 노리고 연기했다”며 다시 웃었다.
이처럼 파격적인 설정과 대사 꽤 수위 높은 노출이 등장하지만 의외로 진짜 촬영하기 어려웠던 부분도 있었다. 단 한 장면을 위해 감독과 난상토론을 벌였다. 비를 맞은 뒤 현승의 집에서 옷을 갈아입고, 현승의 연애 상담을 들어주는 신이란다.
김아중은 “그게 감정적으로 정말 이해가 안됐다. 나도 남자친구가 있고, 현승도 여자친구가 있고, 그런데 그 전날 둘이 하룻밤을 보냈고, 그리고 그날 만나서 현승의 집에서 현승의 옷으로 갈아입고, 그가 자는 침대에 누워 그가 만나는 여자친구와의 트러블을 상담한다. 이건 정말 말이 안되는 것 아닌가”라며 욱하는 감정을 드러낸다.
그렇게 따지고 보니 그랬다. 가만 생각하니 이 배우, 꽤 보수적인 구석이 있다. 원나잇이 젊음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요즘이다. 영화에서도 충분히 드러난다. 그럼에도 용납 안 되는 부분은 절대 아니란다. 김아중은 “실제 연애를 할 때도 그랬다. 남자를 좀 풀어주지만 내 기준에서 벗어나는 것은 절대 참지 않았다”며 연애 고수다운 멘트를 던졌다.
김아중도 한 달 뒤면 서른 한 살이다. 서른 살이 된 뒤부턴 결혼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고 한다. 하지만 로맨틱 영화를 찍을수록 결혼에 대한 두려움도 커진다고 한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란 고민이 크단다.
그는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 좋다는 기준이 어떤 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좋은 사람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거 모든 여자가 꿈꾸는 것 아닐까”라며 “빨리 예쁜 딸을 낳고 싶다”며 웃는다.
인터뷰 말미에 궁금증 두 가지를 던졌다. 노출에 대한 두려움이 첫 번째다. 김아중은 “정말 좋은 작품이라면 노출이 문제가 될까. 하지만 그때는 배우로서의 선택이 아닌 여자로서의 선택으로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라며 아직은 그 부분에 대한 어려움이 분명함을 토로했다. 두 번째는 고교 시절의 김아중이다. 배우 김아중은 섹시하고 푼수때기에 때론 사랑스러움이 가득한 여자의 모습이다. 그는 “이름 때문에 참 많이 튀었다. 그런 친구들 있지 않나. 뭐든지 중간을 해도 선생님들 눈에 띄는, 잘못을 해도 착한 일을 해도”라며 “아마 ‘나의 PS파트너’도 김아중의 19금 코미디란 사실에 남성분들이 많이 봐주시지 않을까”라며 쑥쓰러운 웃음을 지었다.
섹시하지만 결코 섹시하지 않은 사랑스런 여자 배우 김아중이었다.
김재범 기자 cine517@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