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시공사, 할인분양폭·분담금 축소 등 놓고 갈등 증폭
[아시아경제 김창익 기자]재건축조합과 시공사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장기적인 주택경기 침체에 따른 미분양 문제가 원인이다. 재건축 조합은 수백억원에 달하는 추가분담금을 떠안게 되면서 부담을 덜기 위해 각종 요구를 강하게 주장하고 시공사는 할인 분양폭을 키워서라도 분양을 해 시공비를 한푼이라도 받아내려 하며 충돌을 빚고 있는 것이다. 일부 현장에서는 공사중단 사태로까지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성남 단대동 동보빌라 재건축의 경우 일반분양이 차질을 빚으면서 오는 11일로 예정된 입주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할인분양가 산정을 두고 갈등을 빚으며 준공승인 절차가 미뤄지고 있어서다.
이 아파트는 총 186가구 중 81가구가 일반분양인데 최근 청약에서 단 6가구만 접수됐다. 이처럼 청약률이 저조하자 청약자 중 단 한명도 계약을 하지 않아 81가구 모두 미분양으로 남게 됐다.
단대 재개발구역에 인접한 이 재건축 단지는 LH가 460억원을 조합해 대여해주고 코오롱글로벌이 단순시공사로 시공을 맡았다. 시공비는 330억원이다.
조합은 분담금 110억원 정도를 갚은 상태여서 대여금은 350억원 가량이 남았다. 여기에 시공비 미지급금 70억원을 합해 조합이 입주 전에 필요한 돈은 420억원 정도다.
관리처분인가 당시 책정된 분양가는 평당 1420만원이었는데 시장 상황을 감안해 실제 분양가는 평당 평균 1370만원으로 결정됐다. 이 가격에 81가구가 모두 분양될 것을 가정할 경우 조합으로 들어오는 돈은 모두 390억원이다. 분양이 100% 완료돼도 사업비에서 30억원 가량이 모자란다.
현재 조합과 LH는 할인분양 실시 여부를 놓고 협의 중이다. LH가 조합에 제시한 할인 분양가는 평당 1170~1250만원. 주택형에 다라 10~20% 정도 할인된 금액이다. 1250만원을 기준으로 할 경우 조합은 분양가 할인에 따라 가구당 1억원 정도를 추가 분담금으로 내야 한다.
이에 조합은 대여금 상환을 늦추고 시장상황을 봐가며 분양을 하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여금을 수년씩 방치하기 힘들다는 LH의 주장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계약에 따라 대여금 상환이 안될 경우 입주가 불가능하게 돼 있다는 점이다. 조합장은 “시장 상황이 악화된 결과에 따른 책임을 LH도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LH 관계자는 “원가 정산 방식의 계약서에서 재건축에 따른 수익과 손실은 100% 조합의 몫으로 돼 있다”며 선을 그었다. 공기업이 계약서를 위반하면서까지 조합을 지원하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더욱 복잡하게 된 것은 시공사와의 갈등마저 불거졌다는 점이다. LH는 코로롱글로벌에 기성분 미지급금 70억원을 미분양 아파트로 대물변제하겠다는 방안을 타진했으나 코오롱글로벌은 계약대로 현금으로 갚아야 한다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합과 시공사간 갈등은 다른 사업장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은 부천 약대 주공 재건축의 경우 공사비 지급이 늦어지면서 공사 중단 상황 직전에 내몰렸다. 일반분양이 416가구인데 1년이 지나도록 분양률은 아직 10%를 채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총 공사비가 2934억원인데 현대산업개발이 2000억원을 자체 투입해 현재 80% 정도 공사가 마무리된 상황이다.
당초 평당 평균 1500만원 했던 분양가를 평균 1300만원선까지 낮췄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조합 분담금은 사업비 증액분을 합쳐 총 1368억원으로 가구당 1억3000만원의 추가 부담을 안게 됐다.
이 재건축 사업은 단순 도급형태로 시공사는 미분양에 대한 책임이 없는 구조다. 현재 조합 원들은 비대위를 중심으로 추가 분담금을 줄여달라며 반발하고 있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이미 투입된 공사비만 2000억원 가량이어서 시공비 지급이 안될 경우 공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신규 재건축 사업장에서는 조합이 시공사 선정 시 미분양에 대한 책임을 분담할 것을 요구, 시공사 선정 작업 자체가 안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실제 지난 7월 고덕 주공 2차의 경우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조합이 미분양이 생기면 시공사에 일반분양가로 대물변제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해 시공사 선정이 무산됐다. 최근엔 이 조건을 조합과 협의하는 수준으로 완화했지만 역시 나서는 시공사는 전무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단순 도급 형태로 재건축을 수주할 경우 본계약 당시 미분양분의 할인분양에 대한 조건을 미리 정해 놓는 경우가 많다"며 "미분양에 대한 책임을 시공사가 공동으로 져야 하는 지분제 사업으로는 재건축 수주를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김창익 기자 wind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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