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과 정권교체·새정치 공동선언..安 합류 압박
박근혜-이회창-이인제와 보수연합 프레임 경쟁
[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3일, 열흘간의 잠행 끝에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수면위로 부상한다. 이날 안 전 후보의 진심캠프 해단식에 그가 후보 사퇴이후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
이날 나올 그의 말 한마디는 이번 대선의 승패를 가름할 키워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에게는 더욱 중요하다. 그가 주장한 문재인-안철수-심상정 연대의 결속력이 안 전 후보의 입장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전날 심상정 진보정의당 전 대선후보와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회동을 갖고 '정권교체와 새 정치 실현을 위한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문 후보는 "심상정 후보의 결단으로 과거세력 대 미래 세력의 대결이라는 이번 대선의 성격이 더욱 분명해졌다"라며 문재인-안철수-심상정 연대가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말했다.
심 전 후보와의 손을 맞잡은 자리에서도 '안철수'의 이름을 앞세운 것이다. 그만큼 안 전 후보 없이는 대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절박함이 묻어 있는 것이고, 안 전 후보의 합류가 문 후보에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이번 대선에서 문 후보의 승부는 안 전 후보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대선 구도가 본격화되면서 문 후보의 지지율은 정체되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의 격차가 오차범위 밖으로 벗어났다. 이에 대해 문 후보측 진성준 대변인은 3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안 전 후보의 지지선언이 다소 늦어지고, 초반에 양 진영이 프레임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것이 지지층들에게 좋게 보이지 않은 일시적 결과"라고 해석했다. 내부적으로도 안 전 후보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단순히 지지율의 변동에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지만 문 후보가 주장한 '국민통합연대'는 정치적 명분을 찾는 다는 입장에서 안 전 후보의 '한마디'는 무게를 더한다. 만약 안 전 후보가 문 후보를 적극 지원하지 않는다면, 안 전 후보의 사퇴이후 문 후보가 '단일후보'라고 자칭했던 것이 의미를 잃게 되는 셈이다. 결국 심 전 후보와의 연대와는 무관하게 '야권연대'라는 큰 틀의 명분도 함께 놓치게 된다.
또 문 후보측은 박근혜-이회창-이인제 연대를 '올드보이 연합세력'이라고 강조하며 '문-안-심'으로 이어지는 야권연대와 대비시켜 대선의 프레임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문 후보 입장에서는 안 전 후보와의 연대가 더 중요하다.
때문에 문 후보측에서도 노심초사하며 안 전 후보의 입을 바라보고 있다. 문 후보측 우상호 공보단장은 3일 아침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서울시장 선거 때도 안 전 후보가 선거 막바지에 한 번 편지를 써 주면서 몇 마디 말을 했다. 그것만으로도 사실 도움이 꽤 됐다"며 "우리 캠프에서는 조금 더 적극적인 지원을 바라는 분들이 많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서로 어떻게 협력하고 어떤 지향성을 갖고 있는가 하는 것을 국민에게 말씀 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남은 기간이 많기 때문에 선택할 방법은 굉장히 많이 있다"고 본다며 안 전 후보의 지원에 대한 낙관론을 펼쳤다.
이윤재 기자 gal-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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