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오는 16일 치러지는 일본 총선에서 원전폐기 여부가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하지만 각 정당이 원전폐기 여부를 놓고 오락가락한 입장을 보이면서 유권자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양상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주말 진행된 일본 총선 TV토론에서 각 당은 원전 폐기에 대해선 의견이 일치했지만, 이번 정치인들의 논쟁으로 원전정책의 혼란이 가중됐다고 2일(현지시간) 평가했다.
일본의 극우성향정당인 일본유신회 대표대행인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10년 안에 원전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것은 거리에서 바나나를 파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손님을 끌기 위해 슈퍼마켓 앞 좌판에서 값싼 바나나를 파는 길이라고 언급하며 집권당인 민주당의 ‘제로 원전’ 정책을 비판한 것이다.
하시모토 시장은 지난해 후쿠시마 대지진 당시 일본의 원전 산업에 가장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인물 중 하나다. 일본유신회도 제로 원전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하시모토는 원전폐기에 대한 철통 같은 약속 보단 제로 원전 정책이 원전 폐기의 출발점인 것이라고 말하며 한 발 뺐다.
민주당도 원전 폐기에서 오락가락한 입장을 보이긴 마찬가지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9월 2040년까지 원자력 발전소를 모두 폐쇄하는 '제로 원전‘ 정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3월 후쿠시마 대지진 이후 원전에 대한 불신감이 커지면서 내놓은 자구책이다. 하지만 요시히코 노다 총리는 제로원전 발표 이후 “유연한 실행” 운운하며 흘려보냈다.
지난 40년간 집권하며 일본의 원전을 건설한 자민당 조차도 원전의 단계적 철수를 약속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가장 지지율이 높은 자민당의 이사바 시게루 간사장은 “전문가 실험 후 안전이 확실해진다면 재가동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날 TV토론에선 여야 모두 민주당의 장기 에너지 정책과 의견을 같이 했지만, 내부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오락가락한 입장을 보인 것이다.
타임스는 일본의 정당 중 사회민주당이 유일하게 즉각적인 원전 폐쇄를 약속하고 있지만 의석수가 너무 적어 원전 정책을 좌우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시모토 시장과 손을 잡고 신당을 창당한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 도지사의 경우에는 유권자의 혼란을 극대화시키는 인물로 꼽혔다. 일본이 원자력 발전소는 물론 핵무기까지 소유해야 한다고 주장한 그는 이날 토론에서 2040년까지 원전을 폐쇄하는 일정은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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