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식·아마야구 발전 등 논의…NC행은 뜬소문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정든 마운드와의 이별. 박찬호는 끝이 아니라고 했다. 새로운 설계의 시작으로 불리길 바랐다. 한화와의 인연도 다르지 않다. 은퇴사의 마지막 문장은 “한화와의 교류가 계속 될 것이라 믿고 있다”였다.
박찬호와 한화는 서로를 떠나보내지 않았다. 오히려 맞잡은 손을 꽉 쥐고 있다. 박찬호는 11월 30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가진 은퇴 기자회견에서 한화에 거듭 감사를 표했다. “한국야구에 진출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진 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어려웠던 한 해 동안 함께 해주고 의지해준 후배들에게도 고맙다. 적응하도록 도와준 구단 관계자들에게도 감사드린다.”
박찬호에게 한화는 은인이나 다름없다. 지난해 ‘특별법’까지 마련해가며 국내 복귀를 도왔다. 규정대로라면 박찬호는 1년을 쉬고 다음해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해야 했다. 한화는 미국 등에서 활약하며 국위선양하고 국가대표로 맹활약한 점 등을 내세워 한국야구위원회(KBO)와 8개 구단 대표들을 설득, 합의를 이끌어냈다. 지난 NC의 보호선수 20명 외 1명 지명에서는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명단에 이름을 올려 이적을 사전 차단했다. 이름은 11월 25일 마감한 보류선수 명단에도 포함됐다. 이때까지 박찬호는 은퇴 의사를 밝히지 않았었다.
고향 팀의 배려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은퇴 통보에 재빨리 모기업이 운영하는 플라자호텔에 기자회견석을 마련했다. 구단 관계자는 “1년 전 입단식 당시 70석이었는데 이번에는 100석 이상을 준비했다. ‘국민영웅’의 은퇴다. 최대한 돋보이게 해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은퇴 발표 직후 상황은 다소 언짢게 돌아갔다. NC 경영진설, 코치설 등이 잇따라 보도돼 한화 관계자들을 허탈하게 했다. 물론 박찬호는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았었다. 한 야구관계자는 “이태일 대표, 김경문 감독과의 친분만으로 NC행을 내다보는 건 무리였다”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한화는 1년을 함께한 박찬호에게 항상 프랜차이즈 스타 이상의 대접을 해줬다. 박찬호는 은혜를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 한화는 물론 대전, 충청 지역의 팬들을 기만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찌됐든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은 통했다. 박찬호는 은퇴 기자회견에서 “한 팀에 소속돼 일한다는 생각을 해본적은 없다”면서도 “한화 선수였다. 많은 분들이 ‘메이저리그 박찬호’ 하면 LA 다저스를 떠올리듯 한화가 마지막 기억이 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한화를 위해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그 시작은 은퇴식이나 시구 행사가 될 수 있다. 박찬호는 “은퇴식까진 모르겠지만 한화에서 원한다면 대전구장에서 팬들께 인사를 드릴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구단 관계자는 “요청을 거절할 이유가 없다. 논의를 거쳐야겠지만 어떤 방법으로든 팬들과의 만남을 주선하겠다”라고 전했다. 이어 “박찬호와의 인연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하다. 박찬호는 지난해 한화에 입단하며 연봉 및 옵션 전액을 유소년 및 아마야구 발전에 내놓기로 했다. 계약과 관련한 모든 것은 구단에 위임했다. 한화가 유소년 야구 발전기금으로 책정한 금액은 6억 원. 구단 관계자는 “박찬호와 기부 형태를 논의할 계획”이라며 “아마야구 발전을 위해서라도 지금의 관계를 계속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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