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의 경제심리를 나타내는 경기실사지수(BSI)가 석 달째 하락하면서 43개월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11월 제조업 업황BSI는 67로 4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해졌다. BSI가 기준치 100에 한참 못 미친 것은 기업인의 경제심리가 그만큼 나쁘다는 의미다.
특히 기업 형태별BSI는 대기업ㆍ수출기업이 70선, 중소기업ㆍ내수기업이 60선을 맴도는 가운데 등락이 엇갈리며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대기업(+2)ㆍ수출기업(+3)의 BSI는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전달보다 소폭 오른 반면 중소기업(-4)ㆍ내수기업(-3)의 BSI는 계속 하락했다. 전반적인 경기침체 상황에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사정이 반영된 탓인지 기업들은 새해가 불과 한 달 앞인데 내년 경영계획을 세우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유럽 위기 지속, 미국의 재정절벽 봉착, 중국의 저성장 등 글로벌 경제 상황의 변동성이 크고 원ㆍ달러 환율이 계속 하락해 수출 여건이 악화되는 점도 가세했다. 대통령선거와 새 정부 출범이라는 정치 일정도 부담스러울 것이다.
대내외적으로 불투명한 경제 변수에 기업들이 철저히 대비하는 것은 당연하다. '비상경영' '위기극복 경영'은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위축돼선 곤란하다. 마침 오늘 경제5단체와 업종단체장이 모여 제2차 경제살리기 특별위원회를 열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일자리가 최고 복지라는 인식하에 고용을 최대한 유지하고 신규 채용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여건이 어려운 때일수록 기업가정신이 필요하다.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에 힘써야 기업의 미래가 보장된다. 주력 수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아시아ㆍ아프리카 등 신시장을 개척하는 노력도 요구된다. 연말연시 대기업ㆍ수출기업 종사자 등 형편이 조금 나은 사람들이 필요한 소비를 함으로써 내수를 자극하는 것도 필요하다.
안팎의 경제적 파고는 기업들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정부와 정치권은 기업 투자심리를 냉각시키는 정치사회적 변수가 돌출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우리는 15년 전 외환위기는 물론 4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도 짧은 기간에 슬기롭게 극복했다. 경제주체들이 협심해 저력을 다시 발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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