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정책, 공급에서 관리로…부동산 신시장 주목
월세 대신 받아주고 체납소송·공실관리까지
[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베이비부머 세대인 김모(49)씨는 은퇴 이후의 삶을 위해 1년 전부터 임대사업에 나섰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전용 25㎡짜리 도시형생활주택 3가구를 매입하고 보증금 500만원, 월세 60만원으로 세를 내주고 있다. 그런데 한 세입자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입주 몇달 뒤부터 사글세를 내지 않기 시작해 최근에는 전기료 등 공과금마저 내지 않고 있다. 보증금에서 떼어낼 수 있다지만 수차례 내용증명을 보내도 세입자는 나타날 기미조차 없다. 이에 명도소송을 내 해결하고 임대사업을 접을지도 심각하게 고민하기로 했다.
김씨와 같은 고민에 빠진 이들은 앞으로 기업형 주택임대관리회사를 활용하면 편리하게 임대주택을 운영할 수 있다. 집 주인이 직접 월세를 관리하지 않고 소정의 수수료를 받는 전문회사가 세입자의 월세를 대신 받아주고, 때로는 체납월세 가구에 대해 명도소송 등까지 대신해주게 돼서다. 전문적 공실 관리까지 해준다. 또 임차인에게는 주차관리, 세탁ㆍ청소 등의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금까지 주택공급은 시행사와 시공사, 분양대행사 등의 역할이 컸지만 앞으로는 '임대 매니지먼트사'가 주택관리 영역에서 중추를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주택시장이 장기간 침체로 '수익형 부동산' 비중이 높아지면서 전문 주택임대관리 시장이 주목받을 전망이다. 임대사업을 처음 접해 본 사람들이 늘면서 복잡한 주택임대관리를 전문가에게 맡겨 안정적 수익을 얻으려는 투자자들도 증가 추세다. 정부가 의원입법을 통해 '주택임대관리업'을 신설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처리되기를 기대하고 있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일본 최대 주택임대관리 회사인 '레오팔레스21'과 국내 주택관리업체 '우리관리'가 1대1로 출자해 이달 말 설립하는 우리레오PMC는 주택임대관리업의 첫 사례다. 레오팔레스21은 임대주택 시장이 활성화된 일본에서 약 60만가구의 임대주택을 관리하고 있는 업계 1위 회사다. 우리관리는 지금까지 수 백개 단지 관리를 수행해온 1위 업체다. 앞으로 1000가구 이상의 주택관리를 전문업체에 맡기도록 하는 법안이 마련되면 우리레오PMC 등의 관리업체가 보다 전문화되며 발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은 소규모 임대주택 소유주의 의뢰를 받아 공인중개업자들이 관리해 왔다.
우리레오PMC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볼 수 있었던 주택 유지보수 등 관리사무소에서 볼 수 있는 관리에서 벗어나 임대주택 서비스를 일괄 제공하고 세입자를 알선해 임대료를 받고 직접 임대주택도 공급할 계획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주택임대관리 업체의 등록제가 도입되며 세제혜택이 주어진다. 또 보증을 연계해 이용자들의 임대관리 회사 이용이 촉진된다. 박상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정부의 주택 정책은 시장의 변동성 완화와 주거복지 강화, 주택품질 향상 등 세 가지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수요에 맞는 다양한 주택 공급과 에너지 절감, 건강과 안전 등을 고려한 고품질 주택 공급을 기반으로 기존 도시의 체계적 재정비와 기존 주택의 유지관리, 맞춤형 주거안전망 확충 등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진희정 기자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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