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 원로, 왕양 등 개혁성향 인물 막후 저지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중국의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을 비롯한 공산당 원로들이 새로운 지도부 선출 과정에서 개혁 성향의 후보들을 낙마시켰다고 로이터 통신이 20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두 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공산당 원로들은 지난주 7명의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뽑는 18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직전 비공식 투표를 통해 왕양(汪洋) 광둥성 서기와 리위안차오(李源潮) 중앙조직부장을 싱무위원에서 제외시켰다.
중국 최고 지도부인 상무위원 선출 과정에서 비공식 투표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07년 25명의 공산당 정치국 간부들을 뽑는 과정에서 비공식 투표를 진행한 바 있다.
새 상무위원을 뽑는 투표는 24명의 정치국 위원과 여전히 당에 영향력을 미치는 10여명의 원로가 참여했다.
밀실에서 진행된 이번 상무위원 선출 과정은 10여 차례가 넘는 회의와 적어도 두 번의 투표를 거쳤으며, 수개월간 베이징의 군사호텔 진시 호텔을 비롯한 여러 장소에서 열렸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당시 투표에선 8명의 상무위원 후보가 국가주석으로 내정된 시진핑 부주석과 국무총리 내정자인 리커창 부총리 아래 5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투표에 의해 제외된 왕양과 리위안차오는 개혁적인 인물로 꼽힌다.
올해 57세인 왕양은 부패 혐의로 당에서 축출된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 때문에 상무위원 자리를 잃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민간기업들이 선호하는 왕양이 마오쩌둥 사상을 충실하게 이행한 보시라이의 지지자들이 반대한 탓이다.
한 소식통은 "왕양은 보시라이 지지자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피하기 위해 제외됐다"고 말했다.
리위안차오(62)의 경우 1차 투표에선 선택됐지만 당 대회 개최 일주일 전에 이뤄진 투표에서 제외됐다고 소식통들은 주장했다. 유일한 여성 후보 류엔동도 이 때 승진이 거부됐다.
당 조직부장이던 리위안차오가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의 측근들을 대거 승진시킨 반면 원로들이 추천한 인물을 받아들이지 않아 일부 원로들의 눈 밖에 났다는 것이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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