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이 위기 해법은 아냐..위기 해결의 주체는 국가"
"ECB 은행 감독과 가격 안정 기능 엄격히 분리돼야"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옌스 바이트만 총재가 유럽 은행들의 국채 보유에 따른 위험 노출 정도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행들이 유로존 국채에 투자할 수 있는 한도를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바이트만 총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고 있는 유로금융주간(Euro Finance Week) 컨퍼런스에 참석해 현재 유로존 위기는 국가 차원에서 잉태된 것이라며 따라서 회원국 각자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은행연합 방안이 현 위기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없으며 은행연합 때문에 은행들에 너무 큰 부담이 부과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은행 연합이란 범유럽 차원에서 각국 은행들을 감독하고 은행권의 예금 지급보증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을 일컫는다. 유럽연합(EU) 정상들은 지난 6월 회의에서 은행연합 방안의 일환으로 유럽중앙은행(ECB)이 6000개 유로존 은행들을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주자고 합의했고 이에 준해 EU 집행위원회가 지난 10월 ECB를 중심으로 한 감독기구 설립에 대한 기본 제안을 마련한 바 있다.
바이트만 총재는 은행연합이 재정연합의 한 기둥으로서 중요한 구성요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은행연합이 어떻게 마련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바이트만은 "은행연합이 유로존 부채위기를 해결할 열쇠가 될 것이냐고 묻는다면 아니다"라며 "은행연합이 해결책이 될 것이라는 너무 큰 기대를 가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바이트만은 기본적으로 은행연합이 현재의 위험과 부채에 대해 책임을 지는 형태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은행 시스템의 위기는 근본적으로 국가 차원에서 행해진 지난 날의 과오에 따른 결과이며 따라서 현재의 금융 문제는 개별 국가 차원에서 극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이트만은 "은행연합을 통해 현재의 위험들을 전파하는 것은 재정 이관(fiscal transfers)에 상응하는 것이며 은행연합의 목적과 정당성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은행과 국가가 연계돼 위기를 만들어내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은행연합 방안에 은행들이 국채에 노출되는 규모를 제한하는 문제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행들이 국가에 얼마나 대출해줄 수 있는지 한도를 제한해야 하고 국채 보유에 따른 대손충당금도 적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트만은 이러한 조치가 은행 시스템을 보호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트만은 또 은행연합이 공동 채무를 도입하고 국가에 부채를 쌓을 수 있는 기회만을 제공한다면 재정연합에 해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이트만은 앞서 은행 감독으로까지 ECB의 권한을 확대하는 것에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ECB의 기본 임무는 가격 안정이며 은행 감독 권한이 이러한 기본 임무를 해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날 바이트만은 자신의 뜻과 달리 어차피 ECB에 감독 권한이 주어지는 것이라면 ECB의 통화정책 의무와는 분명 분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이트만은 두 기능이 분명히 분리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는 가능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은행연합 방안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가격 안정과 은행 감독 기능 사이에 충돌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바이트만은 또 그리고 유럽 은행 감독에 대한 의사를 결정하는데 있어 독일의 목소리가 좀더 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은행 감독에 대한 결정이 재정 비용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감독기구에 대한 의결권은 회원국이 ECB에 기여하는 자본 비율에 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은 현재 ECB 재원의 27.1%를 분담하고 있다.
바이트만은 은행연합이 빨리 마련돼야 하지만 의문이 많은 상황에서 서둘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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