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종 전 경호처장 등 청와대 직원 3명 불구속 기소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이명박 대통령 일가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을 수사한 이광범 특별검사팀은 14일 청와대 경호처 김인종 전 처장(67), 김태환 특별보좌관(58)등 2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심모 시설관리부장(47)을 공문서변조 및 행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특검팀은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34)씨,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72) 등은 혐의를 입증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봐 무혐의 불기소 처분했다. 특검팀은 다만 시형씨의 증여세 탈루 여부에 대해서는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증여과세 자료를 국세청에 통보키로 했다.
특검팀은 시형씨가 명의를 제공한 것 외엔 부지 매입 과정에 뚜렷하게 관여한 정황이 없다고 판단했다. 특검팀은 그러나 시형씨가 부담한 매입대금의 출처가 큰아버지 이상은 다스 회장과 어머니 김윤옥 여사로부터 나온 12억원인 만큼 이 대통령 내외가 편법증여에 나선 것으로 보고 국세청에 이를 통보키로 했다.
특검은 조사 과정에서 시형씨 본인이 매입대금을 갚을 능력이 없었음을 인정한데다, 김 여사 역시 이를 대신 갚아줄 의사가 있었다고 인정해 부지매입에 명의만 내줬다기보다는 '증여'에 그 실질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은 포탈한 추징세액이 5억원 이상 10억원 미만인 경우 3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하고 포탈세액의 2~5배를 벌금으로 물리도록 하고 있다. 시형씨의 경우 그러나 추징세액이 4억 8000여만원으로 조세범처벌법에 따르면 추징세액이 5억원 미만일 경우 세무당국의 고발 없이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특검에 따르면 청와대 경호처는 부지 매입 과정에서 시형씨 몫까지 국가가 부담하게 해 국고에 9억 7000여만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 조사결과 청와대 경호처는 부지 매입 과정에서 2곳의 감정평가기관에 의뢰한 결과 경호부지와 사저부지의 적정 매입가격이 각각 33억 700여만원, 20억 9000여만원임에도 시형씨가 부담할 사저부지 몫의 가격을 11억 2000만원으로 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 경호처는 또 부지매입 협상 과정에서 감정평가사에 감정평가액을 높여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앞선 검찰 조사 과정에서 사전에 계약금액을 알지 못했다고 허위진술했다가 이후 특검의 자료제출 요구로 탄로날 위기에 처하자 기재내용을 지우는 등 꾸며낸 ‘부지매입 집행계획’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보고서엔 매입금액의 적정성을 나타내기 위해 필지별 감정평가 평균금액 및 단가와 필지별 협의금액 및 단가가 모두 적혀있었으나 특검에 제출한 보고서엔 총 매입금액만 적혀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심 부장의 지시를 받고 범행에 가담한 경호처 직원 도모씨는 기소를 유예하되 대통령실에 징계요청을 통보했다.
특검팀은 청와대 경호처가 시형씨 대신 부동산중개 수수료를 부담한 정황, 차용증 원본의 진위 여부에도 주목했다. 특검팀은 그러나 청와대가 압수수색 집행 및 수사 연장을 거부하는 등 협조하지 않아 사실상 수사를 접을 수 밖에 없었다. 특검팀은 직접 사법처리에 나서지 못하는 대신 불기소처분 사유를 상세히 남길 것으로 전해져 향후 재수사 여지를 남겨둘 것으로 보인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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