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처럼 젖 먹는 아기인형 논란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스페인의 한 완구회사가 선보인 모유수유 놀이 인형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어린이가 엄마의 가슴을 형상화한 턱받이를 하고 이 인형을 품에 안으면 센서가 작동하면서 인형이 마치 갓난아기처럼 입을 오물거리고 '꿀꺽꿀꺽' 소리까지 내며 젖 빠는 시늉을 내는데, 이를 두고 "신기하다", "사랑스럽다"는 반응과 "외설적이다", "교육적이지 못하다" 등의 혹평이 엇갈리고 있다.
11일 다수의 외신들은 완구회사 베르나유토이즈(Berjuan Toys)가 최근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해 '모유아기(The Breast Milk Baby)' 인형을 할인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완구회사 홈페이지에 나온 놀이법에 따르면 어린이들은 우선 인형과 함께 들어 있는 브래지어 모양의 턱받이를 둘러야 한다. 턱받이에는 엄마의 젖가슴을 상징하는 분홍 꽃잎이 좌우로 달렸는데, 이곳에 인형의 얼굴을 가까이 대면 인형이 입술을 달싹거리며 '냠냠' 젖을 먹는 시늉을 한다.
인형이 젖을 다 먹었다고 생각되면 바로 세워 천천히 등을 두드려 트림을 시켜줘야 한다. '꺼억' 소리를 내면 트림을 한 것이다. 젖을 충분히 먹지 못했거나 트림을 시켜주지 않으면 인형은 '응애응애' 울어 댄다. 회사 측은 "인형이 배고파하면 다른 쪽 젖을 먹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인형을 본 여성들 대다수는 크게 반발했다. 성교육 측면에서 아이들에게 적절치 못한데다 여성의 가슴을 상품화했다는 이유에서다. 모유수유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우윳병을 물릴 수도 있지 않느냐는 비난도 이어졌다.
영국의 미러(The Mirror)지는 아이 엄마들의 발언을 인용, "섬뜩하고 역겹다"는 혹평을 전했고, 미국 폭스뉴스의 토크쇼 진행자 빌 오레일리(Bill O'Reilly)는 "아이들은 아이들다워야 한다. 이런 물건은 필요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여성들은 "너무나 사랑스러운 인형이다", "인형은 인형일 뿐 모유수유를 강요하는 문제와 연관짓지 말라"고 지적한다.
완구회사 역시 아이들이 인형에게 젖을 먹이는 과정에서 엄마처럼 사랑과 애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완구회사의 데니스 루이스 대변인은 "우리는 인형을 통해 아이들에게 교육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며 "모유아기 인형은 아이들이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사랑과 애정을 표현할 수 있고, 엄마와의 유대감, 친밀감, 결속감을 느끼게 해준다"고 강조했다.
이 인형은 지난해 첫 출시돼 현재 온라인은 물론 미국 전역의 완구매장에서 89달러(약 9만7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백인, 황인, 흑인 등 피부 색깔에 따라 2가지씩 모두 6종이 있으며, 사용 가능연령은 '2세 이상(한국 나이로 만3세)'으로 표기돼 있다.
조인경 기자 ik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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