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유통서 소통用 기호…작업 영업 효율성 향상, 수출국가 구분 표시도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에는 고유의 모델명이 있다. 대부분 영문과 숫자를 조합해 만든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렵게 인식될 수 있지만 자세히 보면 매우 단순한 규칙들이 존재한다. 고객들이 집에서 사용하는 생활제품도 마찬가지다. 모델명의 숨겨진 사연을 알게 되면 그 제품이 가진 특성이나 기능을 더 잘 알 수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정수기 제품의 경우 모델명 앞머리에는 C, H, P, I 등의 영문이 들어간다. 회사마다 모델명에 들어가는 의미나 규칙이 다를 수도 있지만 이러한 영문들은 정수기의 특성을 나타내는 표기다. C와 H는 각각 냉수(Cool)와 온수(Hot)를 의미한다. P는 정수(Purifier), I는 얼음(Ice)이다.
이를 조합하면 CP(냉정수기), CHP(냉온정수기), CPI(냉정얼음정수기)가 된다. 모델명 뒷머리에 L, R, N 등이 적혀 있는 것도 있다. 필터방식을 나타낸다. R과 L은 'RO멤브레인 방식', N은 '나노트랩 방식'을 뜻한다.
웅진코웨이 관계자는 "모델명에 표기된 영문과 숫자는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일정한 규칙을 만들어 작업이나 영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 중 하나"라며 "기존에는 숫자가 개별 년도를 의미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모델별로 숫자에 별도의 의미를 부여한다"고 말했다.
침대 모델명에도 일정한 법칙이 있다. 제품의 생산 순서에 맞추어 차례로 순번을 매긴다. 에이스침대에서 출시한 침대 중에는 BMA-1079-T/L, BRA-1415-T/L라는 모델명을 가진 제품들이 있다. 앞머리 'B'는 침대(Bed)를 말한다. 가운데 영문은 스타일이다. 라운드형은 R, 모던한 침대는 M, 세미클래식 제품은 S 등으로 구분한다. 마지막의 T/L은 제품의 형태를 나타내는 표시로 사용하고 있다.
모델명을 이런식으로 표준화하라는 강제나 권고는 없다. 체계적이고 매뉴얼화된 품질 경영을 추구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다. 수많은 제품을 생산하고 관리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제품의 수가 많아질수록 관리가 용이하지 않다. 때문에 모델명에 담긴 의미처럼 일정한 규칙이 필요하다.
삼광유리의 주방용품인 글라스락(모델명 MCRB-015)에는 다음과 같은 품질 규정이 담겨 있다. 전자레인지 사용이 가능한(Microwave), 일반(Common) 직사각형(Rectangular)의 기본(Basic) 제품을 뜻한다. 뒷머리 '015'는 용량(150ml)표시다. 해외로 수출하는 국가를 구분하는 모델명도 있다.
침구용 살균청소기를 생산하는 부강샘스에서는 해외 수출용 제품의 경우 숫자 다음에 국가를 표시하는 영문 약어를 사용한다. A(미국), J(일본) 등의 형태다.
숫자는 제품 형태를 담고 있다. 예를 들어 모델명이 'BK300JP'인 제품은 플래그십형이다. 100(보급형), 200(업그레이드형) 등의 방식이다. 앞머리 BK는 회사 이름(BuKang)을 프로젝트명으로 표기한 것이고 뒷머리 P는 분홍색(Pink)을 의미한다. J는 일본으로 수출하는 제품이라는 것이다. 수출용 제품 모델명에 색상 표기는 제외하는 경우도 있다.
부강샘스 관계자는 "프로젝트명은 시장 트렌드에 맞게 또는 제품의 특성에 부합되는 것으로 명칭을 정한다"며 "회사의 스타 제품이나 시장의 요청에 따라 모델명에 적용되는 일정한 규칙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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