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수원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상대하기 힘든 팀이다. 어쨌든 연패를 끊어냈고, 우승을 위해 중요한 승점 1점을 따냈지만, 이기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 크다. 만족은 절대 아니다."
기나긴 무득점과 연패의 터널에서 빠져나온 결과. 그럼에도 '캡틴' 하대성(FC서울)의 어조는 의외로 담담했다. 성취감보다는 도전욕이 더 불타올랐다.
서울은 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38라운드 홈경기에서 수원 삼성과 1-1 무승부를 거뒀다. 이로써 서울은 최근 '슈퍼매치' 7연패 및 6경기 연속 무득점의 굴레에서 벗어난 것은 물론, 시즌 24승9무5패(승점 81)로 리그 선두 자리를 수성했다.
하대성은 경기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한 숨부터 쉬었다. 그는 "리그를 치르면서 이렇게 쉽게 골을 먹은 적이 없는데, 그런 것도 참…. 이해가 안 될 정도"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더불어 "수원이 잘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정말 상대하기 힘든 팀"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오히려 취재진에게 "오늘 경기력이 좀 안 좋지 않았느냐"라고 반문했다. 지난 주 전북전보다 한참 떨어진 경기력 탓이었다. 하대성은 "수원과 하면 부담 아닌 부담을 느낀다"라며 "경기 내적 부분보다는 이기겠다는 마음이 더 앞서다보니 플레이 자체도 좀 투박해지나 보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오늘도 경기 내내 전체적으로 좀 안 맞는다는 느낌이 많았다"라며 "상대 퇴장 이후로 공격적으로 포메이션도 바꿨지만, 우리가 조급했던데 반해 수원은 의외로 침착하고 담담하게 수비를 잘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를 막상 해보면 수원 수비가 제일 뚫기 어렵다. 수비 조직력만큼은 정말 좋은 팀"이라고 평가했다.
수원 측이 판정에 불만이 많았다는 얘기에는 "그건 수원 쪽 입장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 입장에서만 본다면 수원은 이전 경기에서도 이미 몇 차례 퇴장을 받았어야 했다"라며 "아마 K리그에서 가장 거친 축구를 하는 팀이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하대성은 이날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해 공수의 연결고리 역할을 담당했다. 왕성한 활동량과 적극적 자세로 공격의 첨병으로 활약했다. 특히 후반 40분에는 상대 수비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무너뜨리는 킬 패스로 정조국의 만회골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동점골이 터지는 순간 하대성은 최용수 서울 감독에게 뛰어가 안기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하대성은 당시 기분을 묻는 말에 "여섯 경기나 무득점이었기에, 그걸 깬 기쁨이 있었다"라면서도 "정신을 차리고 보니 경기는 아직 1-1이고, 상대는 10명뿐이었다. 기쁨보다는 추가 득점에 대한 욕심이 더욱 생겼었다"라고 말했다.
동점골을 도운 자신의 패스에 대해선 "(정)조국이형이 워낙 수원전에 강하고, 또 수비 뒷공간으로 빠져나가는 플레이가 좋다"라며 "반면 수원 수비진은 배후 침투에 약한 모습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금 타이밍이 늦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슬아슬하게 오프사이드를 피했더라"라며 웃은 뒤 "확실히 조국이형은 수원 킬러다. 앞으로도 수원전에서 같은 활약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데얀의 수원전 부진에 대한 생각도 털어놨다. 데얀은 올 시즌 정규리그 28골을 넣으며 리그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반면 올 시즌 5차례 수원전(FA컵 포함)에선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하대성은 "수원 포백이 맨투맨이 강하고, 포스트 플레이 수비에도 능하다보니 데얀이 안에서 공을 받기 보다는 밖에서 받아 들어가는 경우가 잦다"라며 "그런 탓에 플레이가 좀 달라지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쨌든 우린 연패를 끊어내고, 오늘 승점 1점은 우승을 위해 굉장히 중요한 점수였다"라며 "하지만 이기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 크다. 만족은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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