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와 유사하게 운용될 수 있어 규제차익 발생해"
[아시아경제 정재우 기자] 일임형 특정금전신탁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질적으로 펀드와 유사한 상품으로 판매·운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규제가 미약하기 때문이다.
특정금전신탁은 위탁자(투자자)가 수탁자(은행, 증권사 등 금융회사)에 금전을 맡기고, 그 돈의 운용방식을 지정하는 금융투자상품이다. 하지만 특정금전신탁이라 하더라도 고객이 재산운용 방식을 완전히 지시하지 않고 일정부분 수탁자에게 투자판단을 위임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돈을 맡기고 그에 대한 투자 판단을 맡기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펀드와 비슷해진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특정금전신탁과 펀드는 자본시장법상 구별되는 상품이지만 실질적으로 유사한 형태로 판매·운용되고 있어 규제차익이 발생할 수 있다"며 "관련 규제를 강화해 특정금전신탁이 본래 취지에 맞게 판매·운용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 연구위원은 "펀드의 경우 투자자 재산을 집합적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투자자의 간섭과 지시가 제한되는 대신 운용·공시 등에 있어 엄격한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며 "하지만 신탁은 법 취지상 1대1 개별계약에 의해 계약자의 간섭과 지시에 의해서 운용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판매·운용·공시에 관한 규제가 상대적으로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신탁상품의 경우도 펀드와 유사하게 특정 유형 상품 위주의 운용을 전제로 판매되거나 여러 신탁을 집합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펀드와 유사한 운용 형태를 보이면서도 규제와 감독이 약해 투자자 보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에 구 연구위원은 "수탁자의 투자의사결정이 포함되는 일임형 특정금전신탁의 경우 펀드와 비슷한 점이 있다"면서도 "펀드는 투자자가 여럿인 반면 특정금전신탁은 투자자가 1명이라는 점에서 펀드와 차별화되므로 판매단계에서 이 구분을 명확히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특정금전신탁은 고객 각각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본래의 업무인 만큼 금융회사가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개적으로 특정 유형의 특정금전신탁을 홍보하고 투자를 권유하는 것에 대해 규제와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또 "운용 단계에서도 실질적인 집합운용이 가능하므로 인터넷 등을 통해 투자자가 쉽게 재산운용에 관여할 수 있도록 해 펀드와 달리 고객 맞춤형 상품이라는 본래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말 신탁업자들의 특정금전신탁 잔고는 184조원에 달한다. 은행권의 잔고가 96조원으로 가장 많고, 증권사 잔고가 87조원으로 뒤를 이었다. 특정금전신탁이 자산운용수단의 하나로 자리매김하면서 신탁업계 총 수탁고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2008년 말 29.6%에서 지난 6월 말 41.8%로 크게 늘었다.
정재우 기자 j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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