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 주택 가격이 지금보다 20% 하락하면 실제 상환해야 하는 대출규모는 현재의 5배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31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오는 2014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실제 상환해야 하는 대출규모는 2조원이며, 추가적으로 주택가격이 20% 하락할 경우 11조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상환해야하는 대출 규모가 5배 이상이나 늘어난다는 것이다.
국내 대형은행이 주택가격 하락 시나리오별 차주의 대출상환부담 정도를 추정한 결과, 고(高)원금상환부담 대출은 35조원 정도인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주택가격이 현재보다 20% 하락한다면 고원금상환부담 대출이 93조원으로 현재보다 3배 가까이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 중 만기 연장 시 실제로 상환해야 하는 규모가 현재 2조원이며, 주택가격 20% 추가 하락하는 경우 11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고원금상환부담 대출은 올해 3월말 현재 LTV 규제상한인 60%를 초과하는 대출 금액 중 이자만 납입하고 있어 만기 연장 시 원금 중 일부를 상환해야 할 가능성이 있는 대출을 의미한다.
주택 가격은 수도권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8년 9월에 비해 평균적으로 6.9% 하락하는 등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주택 시장 참가자들의 심리는 2012년 1월부터 8월까지 수도권지역 주택거래량이 월평균 2만9000호에 그쳐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월부터 8월까지 4만1000호였던 것에 비해 크게 위축돼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주택 경매 낙찰가율도 금융위기 수준(2009년 상반기,80%)보다 낮은 75%에 머물고 있다.
또 미분양주택 수가 올해 8월말 3만호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고, 인구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주택 주 수요계층의 인구가 감소하는 등 앞으로도 주택 가격의 하방리스크는 높은 상황이다.
한은은 "수도권지역의 주택가격이 추가적으로 하락할 경우 금융기관은 채무상환능력이 낮은 차주에 대해 대출원금 일부를 상환하라는 요구를 할 수 있어 추가적인 주택처분이 증가해 가격이 추가 하락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미란 기자 asiar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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