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미국 대통령 선거를 일주일여 앞두고 미 대륙을 강타한 헤리케인 ‘샌디’가 대선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블룸버그 통신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는 29일(현지시간) 대선 유세를 전면 중단하고 허리케인 샌디의 선거 영향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오바바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 유세일정을 취소하고, 백악관으로 복귀해 특별성명을 발표했다. 전날 오하이오주와 콜로라도주 유세를 모두 연기한데 이어 30일 위스콘신주 유세도 취소했다. 전날 버지니아 일정을 접은 롬니 후보도 이날 오후 위스콘신주 행사를 취소하고, 모든 일정을 30일로 연기했다.
허리캐인 샌디는 이날 뉴욕 현지시간 오후 8시께 뉴저지주 남부 해안에 상륙했다. 전미허리케인센터(NHC)는 샌디가 상륙 1시간 전께 최대 풍속 시속 90마일에서 85마일로 다소 약해졌지만, 여전히 1등급 허리케인으로 상당한 위력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초대형 허리케인 샌디는 미국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까? 오바마 대토령과 롬니 후보 모두에게 득과 실이 있다는 지적이다. ABC 방송에 따르면 샌디가 민주당 표밭인 북동부 지역을 강타했고, 경합 지역인 버지니아주와 펜실베니아, 뉴햄프셔를 지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대선 최대 격전지인 오하이오주에 미칠 정치적인 충격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 ABC의 분석이다.
현재 진행 중인 대선 조기 투표에 차질이 빚어진 것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시애틀포스트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까지 모든 조기 투표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허리케인 샌디가 동반한 강풍과 폭우로 투표소로 향하는 유권자가 줄 경우 오바마 대통령에게 불리하다. 하지만 시애틀포스트는 샌디의 영향권에 있는 델라웨이와 펜실베니아, 뉴욕, 뉴저지 등의 대부분의 주가 조기투표를 하지 않는 만큼 대선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이번 샌디에 의한 피해를 오바마 대통령이 추스르는 과정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경우 오히려 오바마 대통령에게 호재가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샌디 이슈가 전면에 떠오르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재난 총사령관 역할을 하는 현직 대통령의 위엄을 과시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의 태풍 피해 과정이 미흡할 경우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일각에선 샌디가 리비아 뱅가지 주재 미국 대사관 공격 등 모든 대선 이슈를 흡수하는 블랙홀 역할을 하면서 부동층 유권자의 표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이 경우 1차 대선 후보 토론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는 롬니 후보에게 역효과가 될 수 있다.
이날 공개된 여론조사에선 오바마 대통령과 롬니 후보가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의 조사 결과에선 오바마와 롬니의 지지율은 47%로 같았고, ABC뉴스와 워싱턴포스트의 여론조사에서도 오바마와 롬니는 49% 지지율로 동률을 나타냈다.
한편 미국 언론들은 샌디의 영향으로 이번 대선 투표율이 2008년이나 2004년보다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2004년과 2008년 대선 투표율은 각각 62.3%와 60.4%였다. 하지만 샌디로 인한 수해 복구 등으로 투표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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