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몰이 하는 사이, 텃밭엔 악수
朴, 우위 보이던 PK에서 '6:4 마지노선' 후퇴 저지 못해
文, 호남의 아들의 위용 아직까지는 못 보여줘
安, 정치쇄신안 역풍에 호남 민심 돌아서나
[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 오종탁 기자] 대선 후보들의 텃밭이 흔들리고 있다. 대선을 불과 50여일 앞두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부산ㆍ울산ㆍ경남(PK),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호남에서 각각 지지율에 빨간등이 켜졌다. 텃밭에서 아성이 흔들리면 경쟁 후보에게 교두보를 내주는 결과를 초래하는 만큼 각 후보 진영이 느끼는 '집토끼 이탈'은 더욱 심각하다.
박 후보는 지금껏 우위를 보여온 PK 지역에서의 지지율 후퇴를 막지 못하고 있다. 최근 PK 지역 여론조사 흐름을 보면 새누리당이 대선 승리를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야권의 PK 지지율 40% 이하'라는 암묵적 저지선이 깨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자구도에서 야권 후보의 지지율 합이 38∼42%에 이르고 양자 구도에서도 야권 단일 후보의 지지율이 38∼41%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후보의 지지율은 완연한 하락 추세를 보인 반면 안 후보와 문 후보의의 지지율은 탄력을 받고 있다.
26~28일 부산에서 직접 만나본 유권자들 반응에도 이런 흐름이 반영됐다. 전반적으로 박 후보 우세를 점치는 이들이 많았지만 젊은 층에선 야권 후보를 지지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취업준비생인 이모씨(여ㆍ24ㆍ사하구)는 "이번 정수장학회 발표에 부산의 젊은층들의 표가 우수수 떨어져 나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를 지지한다는 주부 임모씨(여ㆍ39ㆍ동래구)는 "남편은 문 후보, 친정 부모님은 안 후보를 각각 지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호남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서 야권 단일후보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에 별다른 지분이 없는 안 후보가 꾸준히 여론조사 양자대결과 다자대결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발휘하는 건 호남에서 예상보다 높은 지지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1~22일 리얼미터가 호남 유권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야권 단일후보 지지도에서 안 후보는 62.4%를 얻어 문 후보(23.8%)를 크게 앞서기도 했다.
이에 문 후보는 전날 광주를 찾아 정당개혁을 약속하는 등 호남 민심 잡기에 각별한 공을 들였다. 그는 자신이 "광주와 전남에서 압도적으로 뽑아준 후보이자 김대중ㆍ노무현을 잇는 적통 계승자"라며 "반독재투쟁과 민주화운동에 젊음을 바친 저에게 광주는 아주 특별한 곳"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문 후보의 이날 광주선언은 임박한 후보단일화 논의를 앞두고 호남의 선택을 받기 위해 안 후보와 진검승부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대선완주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안 후보에게도 최근 호남의 민심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특히 안 후보가 지난 22일 국회의원 100명 감축, 정당보조금 삭감 등으로 대표되는 정치개혁안을 내놓은 뒤 호남에서 지지율이 빠지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4월 총선 유권자 비율을 적용한 리서치뷰의 24~25일 휴대전화 ARS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는 호남에서 51.1%를 획득해 안 후보(45.7%)를 앞섰다. 오차범위 내지만 이 회사의 단일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문 후보가 안 후보를 이긴 것은 처음이다. 한국갤럽의 10월 넷째주 조사의 경우 안 후보는 3자 구도에서 호남지역 지지율이 32%로 36%의 문 후보에게 오차 범위 내에서 뒤졌다. 호남의 민심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김종일 기자 livewin@
오종탁 기자 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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