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발리슛의 달인'다운 환상적 슈팅이었다. 찰나의 순간, 날아가는 공의 궤적에 경기장 모든 이들은 '골'을 떠올렸다. 단 한 명은 아니었다. 몸을 날린 수문장의 뻗은 손은 골라인을 넘어가던 공을 정확히 걷어냈다. 관중들의 탄식은 짧았다. 그 대신 긴 박수와 함성으로 화답했다. 보기 드문 명승부의 방점을 찍은 명장면이었다.
전북 현대와 FC서울이 2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37라운드에서 1-1 무승부를 거뒀다. 이로써 선두 서울(승점 80점)과 2위 전북(73점)의 승점 차는 7점 차로 유지됐다.
이날 최고의 명장면은 전반 에스쿠데로의 선제골도, 후반 이동국의 만회골도 아니었다. 후반 종료 직전 터진 이동국의 발리 슈팅, 그리고 김용대 골키퍼의 선방이었다.
양팀 1-1로 맞선 후반 45분, 이승현의 날카로운 오른쪽 측면 크로스가 아크 정면의 이동국을 향했다. 이동국은 순간적으로 수비수를 따돌리며 무인 지경에 놓였다. 주저 없이 오른발 인사이드로 논스톱 발리슈팅. 임팩트도 정확했다. 공은 골문 구석으로 날카롭게 날아갔다. 골잡이의 본능이 그대로 묻어나는 슈팅이었다.
그 순간 김용대가 날아올랐다. 슈팅 방향 반대쪽에 서있던 그는 재빠르게 방향을 전환했다. 이어 곧바로 몸을 날린 뒤 쭉 뻗은 오른손으로 포물선의 중간 지점을 정확히 찾아냈다. 김용대의 손을 맞고 나온 공은 왼쪽 골포스트 옆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너무나 아쉬운 기회에 이동국은 머리를 감싸쥐며 쓰러졌고, 김용대는 검지 손가락을 세우며 수비 전열을 가다듬었다. 서울로선 짜릿한 선방이자, 전북으로선 통한의 슈팅이었다. 더불어 이날 전주성의 열기를 최대치로 끌어올린 멋진 순간이었다.
경기 후 이동국은 "(김)용대가 워낙 초반부터 몸 상태가 좋았다"라면서도 "경기를 하다 보면 이런 날도 있지만, 하필 그게 오늘 같이 중요한 경기에서 그런 장면이 나왔다"라며 아쉬워했다.
김용대는 선방 순간을 묻는 말에 "무조건 막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라며 웃어보였다. 이어 "(이)동국이가 워낙 발리슛을 잘 차는데다, 여기서 실점하면 우승이 힘들어 질 수 있었다"라며 "비록 비겼지만 전북과 승점 차를 유지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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