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펀드 약정서 추천인에 박근혜, 노무현 수두룩
文, 문재인펀드 투자자들에게 투명정치 약속
[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8대 대통령 선거에 필요한 선거비용 마련을 위해 출시한 '문재인 담쟁이 펀드'가 56시간 만에 목표액인 200억을 모집하는데 성공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2일 오전 9시에 모집에 들어간 문재인펀드는 24일 오후 5시에 목표액을 채워 마감됐다. 마감을 앞두고는 펀드 가입자보다 많은 5만여명이 동시에 접속했으나 조기 마감돼 대부분 가입하지 못했다.
이처럼 '문재인 펀드'가 대박을 터트린 데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일등공신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문재인 펀드' 모집을 담당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펀드 모집 시 약정서를 작성하게 돼 있는데 그 문서에 추천인을 명기하게 돼 있다"며 "추천인에 쓰여진 이름 중에 박 후보와 노 전 대통령의 이름이 너무 많이 나와 놀랐다"고 밝혔다.
그는 "박 후보의 이름이 많이 나온 이유는 문 후보가 박 후보를 누르고 정권교체를 해달라는 희망을 나타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의 이름이 다수 나온 것에 대해서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부채의식과 향수가 문 후보 지지자들에게 상당히 퍼져 있는 것 같다"며 "문 후보와 노 전 대통령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문재인 펀드의 흥행 성공은 투명한 정치를 원하는 국민적 열망의 표출이라는 분석도 있다.
우원식 총무본부장은 25일 "5일에서 1주일 정도 걸릴 것으로 봤는데 예상보다 너무 일찍 마감돼 놀랐다"며 "대선이 끝날 때마다 반복돼온 대선자금 수사를 지켜봐 온 국민들의 투명한 정치자금에 대한 열망이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문재인 담쟁이펀드 소개 카페인 '문재인펀드 팡팡팡'에 글을 남긴 한 투자자도 "대선자금 때문에 대통령 후보가 교도소 담장 위를 걷게 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의 정치가 발전하려면 가장 먼저 대선후보가 이렇듯 돈으로부터 홀가분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중은행과 비교해 금리도 낮지 않다. 이달 1일 자 CD 금리인 연 3.09%를 적용해 대다수 시중은행의 6개월 정기예금 2% 중반보다 다소 높다. 대선에서 15% 이상의 득표를 하면 선거비용 전액이 국고에서 보전돼 현재 문 후보의 지지율을 감안해 보면 투자 원금이 '날라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문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로 단일화가 될 경우 원금을 돌려준다는 점도 안정감을 준다.
문재인펀드에는 총 3만4799명이 참여했다. 1인당 최저 금액은 1만원이고 최고 금액은 2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균 투자액은 57만원이다.
이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고자 문 후보는 27일 '문재인 펀드' 투자자들과 만난다. 문 후보는 이날 오후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문재인 펀드 출자자 100여명과 만나 '깨끗한 정치와 포옹하다'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투자자들에게 포옹으로 감사를 표하고 깨끗한 정치로 보답하겠다고 약속할 예정이다.
펀드 조기마감에 참여자들은 트위터 등을 통해 문 후보와의 축하 행사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고, 문 후보가 수락하면서 이날 모임이 성사됐다.
캠프 측은 성원에 힘입어 조만간 같은 200억원 규모의 2차 펀드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종일 기자 live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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