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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실물위기와 금융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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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실물위기와 금융혁신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시니어비즈니스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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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도전에 대한 응전'으로 이루어진다. 이집트에서 태양력과 기하학, 건축물, 천문학 등이 발전한 계기는 인간이 나일강의 범람이라는 자연의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물이라는 것이 영국의 역사학자 토인비의 성찰인데, 같은 논리를 금융산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 금융은 실물부문에서 발생한 각종 도전과 필요,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기혁신과 발전을 거듭해왔기 때문이다.


해상보험의 기원은 중세에 지중해 연안에서 널리 이용되었던 '모험대차'에서 유래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당시의 바다는 거친 파도와 해적으로 가득했고 출항한 배가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위험과 불안의 세계였지만 높은 이윤을 얻으려는 왕성한 상업혼은 그 위험을 여러 사람이 나누어 지는 금융기법, 즉 해상보험제도의 원형을 고안해냈다. 또 16세기 들어 나라 간 무역과 상업거래가 활발해지고 다른 통화 간에 교환비율이 심각한 문제가 되자 각 나라의 화폐로 작성된 지급약속증서, 즉 환어음이 만들어졌다. 화폐가 국경을 넘나드는 놀라운 금융혁신이 발생한 것이다.

1970년대에 미국은 인플레이션과의 오랜 투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달러화의 금태환을 중지했다. 고민 끝에 내려진 결단, 정치적 도박에 가까운 결정이었지만 이때부터 단순한 종잇조각에 불과한 화폐가 금을 대신해 교환 및 지불, 가치보장의 수단으로 등장한다. 금의 존재량에 묶여 쇠뭉치를 단 것처럼 갑갑한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실물경제가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게 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요즘 한국에서는 얼어붙은 부동산경기와 10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문제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가계부채 가운데 40% 정도가 부동산 담보대출로 추정되는데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가계의 원리금 상환 능력이 약화되고 하우스 푸어 문제가 실물경제를 위협할 수준까지 와 있다. 그러나 '도전에 대한 응전'이 역사발전의 동력이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우리경제가 직면한 실물부문의 어려움은 오히려 금융시장 발전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주택담보대출의 상환구조를 고정금리-장기분할로 바꾸고 이를 장기 유동화증권(MBS)이나 금융기관의 커버드 본드(covered bond)로 발행하도록 하면 모든 부문이 윈윈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제시한다.

3년 거치 일시분할 상환이 대부분인 주택담보대출을 10년, 20년 만기의 고정금리-분할상환으로 바꾸면 가계의 일시 상환부담이 줄고 내 집 마련을 위해 빌릴 수 있는 대출금 상한도 늘어난다. 부동산 담보대출을 해 준 금융회사는 부동산담보대출을 그대로 안고 갈 필요없이 안정된 장기적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면 부담이 크게 줄어들 뿐만 아니라 추가 대출 여력이 높아진다.


장기 금융상품이 늘어나면 종신연금을 취급하는 보험사의 경우 국채 외에도 20년물, 30년물 증권을 매입해 안정적, 장기적으로 자산을 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증가하고 있는 '장수위험'을 어느 정도 회피할 수 있게 된다(보험회사 스스로가 고정금리-장기 분할상환 대출의 당사자가 될 수도 있다). 금융상품이 지나치게 구조가 복잡해지고 파생적, 투기적 성격으로 변질되는 것에 대해 감독당국이 적정 규제를 마련한다면 장기 MBS나 커버드 본드 등 신종 금융상품은 한국경제가 직면한 가계부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부분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유동화 과정을 통해 내 집을 마련하려는 미래 세대가 안정적 연금수익이 필요한 노년 세대를 부양하는 데 일조한다는 경제적 부수효과도 있으니 금상첨화라고 할까.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시니어비즈니스학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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