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비집고 들어가 물가안정 외치더니...
-밀가루.라면.시리얼 등 203개 중 162개 더 비싸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결혼 2년차 김화영(34)씨는 퇴근길마다 집 앞 정거장에 있는 기업형슈퍼마켓(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서 장을 보곤 한다. '슈퍼마켓'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가격도 동네 슈퍼나 적어도 대형마트 수준만큼 저렴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김씨는 "인근에 홈플러스가 있지만 물건을 대량 구매할 게 아니면 그냥 익스프레스에서 산다"며 "홈플러스에서 하는 곳이기 때문에 가격도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소비자들의 믿음과는 달리 SSM에서 판매하는 품목 중 대다수가 대형마트보다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제품들은 백화점ㆍ편의점보다 비싼 것도 있다. SSM이 유통시장에 진출할 당시 '지역물가안정'을 내세워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당초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는 셈이다.
24일 한국소비자원 생필품가격정보에 따르면 서울 소재에 있는 대형마트와 SSM에서 판매하는 203개 상품 중 162개 SSM 제품 평균가격이 대형마트보다 더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큐원 영양강화밀가루' 1kg은 대형마트 3사 평균 1094원이지만 이마트에브리데이ㆍGS슈퍼ㆍ롯데슈퍼ㆍ홈플러스익스프레스 등 SSM에서는 평균가격이 1289원으로 17.8% 비쌌다.
라면도 마찬가지다. 삼양라면 봉지 5개입 평균가격은 3089원으로 대형마트 3082원ㆍ백화점 3037원보다 높았으며 대형마트서 2642원에 판매하는 진라면 봉지 5개입은 2791원이었다.
소비자들이 동네 슈퍼에서 식사 대용으로 많이 찾는 시리얼ㆍ인스턴트 식품의 가격차이는 최고 1000원까지 벌어졌다. '대형마트에서 사는 것과 비슷하겠지'란 착각에 쉽게 손이 가는 제품들이라 앞으로 제품구매시 더욱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농심 켈로그 콘푸로스트' 600g은 대형마트 평균가격이 4642원이었지만 SSM에서는 5371원으로 700원가량 비쌌으며 '동서식품 포스트 콘푸라이트' 600g은 대형마트 4364원, SSM 5268원으로 900원 차이가 났다. 또한 '오뚜기 3분 쇠고기 짜장ㆍ카레'는 대형마트서 800원대이지만 SSM에서는 1300원대에 팔리고 있다.
심지어 일부 품목들은 SSM이 백화점ㆍ편의점보다 비싸게 판매하고 있었다. 대표적인 품목이 된장과 쌈장.
백화점에서 4889원에 판매하는 '순창재래식안심생된장' 1kg는 SSM에서는 5659원이었으며, '해찬들 재래식 된장' 1kg는 백화점에서 4915원에 내놓고 있지만 SSM에서 5341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는 편의점 5100원보다도 비싼 가격이다.
이밖에 '청정원 순창 쌈장'과 '해찬들 사계절 쌈장'은 각각 백화점서 3285원ㆍ3154원인 반면 SSM에서는 3681원ㆍ3672원에 판매돼 백화점보다 12~16% 비쌌다. '오리온 초코파이' 18개입도 4201원으로 편의점 4350원보다 비쌌다.
SSM의 '가격역전현상'이 달갑지 않은 까닭은 설립 당시 내세웠던 '물가안정'에 역행하기 때문이다.
SSM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대형마트에 준하는 합리적인 가격에 편의점이 갖고 있는 접근의 용이성을 두루 갖춘 절충된 모습을 기대했다. 그러나 점차 가격적인 메리트는 퇴색하고 매장 수만 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현재 이마트에브리데이ㆍGS슈퍼ㆍ롯데슈퍼ㆍ홈플러스익스프레스 등 주요 4개 SSM 점포 수는 2008년 349개에서 올 6월 1019개로 늘어 4년만에 약 3배 폭증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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