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이 부부의 로맨스 끝은 어디일까. 더 이상은 못 살겠다며 영옥(김정은)과 수남(신현준)은 이혼 도장까지 찍었건만 돌아오는 길에 영혼이 바뀌어 헤어지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둘의 영혼은 여전히 서로의 몸 안에 있고, 돌아갈 방법은 오리무중이다. 이번엔 삭막한 갈대밭 사이 안산의 어느 해병 훈련소에 함께 군복을 입고 열 맞춰 앉았다. 수남은 복직을 위한 재교육, 여옥은 메이드가 되기 위한 첫 교육 시간이다. “상스러운 욕도 좋고, 인신공격도 좋습니다. 마구 퍼부으세요!” 일일 교관 역의 카메오 박상면이 빨간 모자를 눌러쓰고 호령하자, “즈질”, “닭대가리”, “싄자 싄자 배싄자”, “똥 싸는 소리 하는 인간”이라며 서로 욕을 퍼붓는다.
감독의 “컷”소리와 함께 김정은의 웃음소리가 현장에 크게 퍼진다. 촬영 순서를 기다리며 신현준과 마주보고 애드리브를 맞추다 웃음이 터진 것이다. “와하하하하” 하는 그녀 특유의 웃음소리에 신현준도 “으흐흐흐흐 ”하고 웃는 걸 보니 어느새 둘은 웃음소리마저 닮았다. 대기할 때도 시시각각 김정은을 관찰하던 신현준은 마치 인어공주처럼 조심스레 손끝으로 땅을 짚고 조신하게 양 발을 모은 자태가 더없이 곱다. 신현준과 김정은, 여옥과 수남이 뒤섞여 있는 듯한 현장에서 모든 사람들은 잘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움직인다. 김정은은 “음- 으음!” 가래 끓는 저음을 내며 수남이 되기 위한 시동을 걸고, 신현준은 촬영장으로 들어오는 지미짚을 보자마자 “어우- 즤미즾-”이라 외친다. 이런 이들의 모습에 신을 준비하는 스태프들 사이에서는 시시때때로 작은 웃음이 터져 나왔고, 감독은 엑스트라의 작은 움직임에도 “그렇지”, “좋았어”하며 응원한다. 분위기 메이커는 따로 없다. 완성된 촬영을 위해 분위기를 북돋우는 것은 한 사람의 몫이 아니었고, 모든 출연진과 제작진이 수남과 여옥의 끝을 알 수 없는 ‘코믹 액션 멜로 판타지’에 한 호흡, 한 호흡을 보태며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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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이경진 기자 twenty@
10 아시아 사진. 채기원 ten@
10 아시아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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