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낮은 부품단가, 열악한 하청업체 노동환경 논란 재점화될 수도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미국 법원이 애플에 아이폰과 관련된 영업 정보를 공개하라고 명령하면서 비밀주의를 고수하던 애플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19일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씨넷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의 루시 고 판사는 애플에 아이폰 매출, 이익, 이익률 등을 공개하라고 명령했다.
갤럭시 스마트폰, 태블릿과 관련된 삼성전자측 영업 정보는 한 차례 공개됐다. 스마트폰 및 태블릿 판매량, 매출, 영업이익 등이다. 삼성전자가 직접 공개한 내부 자료가 아니라 애플이 전문가를 고용해 추산한 자료지만 업계에서는 실제 정보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그동안 애플의 영업 정보와 관련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애플은 다른 기업보다도 엄격한 비밀주의를 고수해 온 터라 이번 법원의 명령이 갖는 파급력은 상당할 전망이다. 특히 애플이 분기마다 놀라운 영업이익 기록하면서 납품업체를 상대로 지나치게 단가를 후려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번 정보 공개로 애플이 입는 타격이 매우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아이폰, 아이패드의 판매가 대비 원가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생산하는 중국 폭스콘 공장의 낮은 임금도 논란이 돼 왔다. 반면 애플의 2분기 영업이익률은 33%다. 이번 정보 공개가 애플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영업정보 공개 뿐만 아니라 하청업체 쥐어짜기와 하청업체의 열악한 노동환경 등으로 도덕성에 더욱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법원의 아이폰 정보 공개 명령 이후 애플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향후 루시 고 판사가 삼성전자에도 비공개 정보에 대해 공개 명령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법원의 명령으로 아이폰 영업 정보가 공개되면서 애플은 비밀주의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삼성-애플의 소송으로 양사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확고히 했지만 소송이 장기간 지속되며 영업비밀 공개라는 부작용도 안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1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이 기존에 진행했던 다른 재판과는 달리 유독 삼성전자와 애플의 요청만을 받아들여 주요 증거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영업 자료 등 민감한 사안이 포함된 증거에 대해 법원에 비공개 신청을 하면 루시 고 판사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미국 법체계의 투명성과 공신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루시 고 판사가 아이폰 영업 정보 공개를 명령한 것은 이 보도가 나온 지 하루만이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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