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FTA 재협상 연설문 수정·재수정 해프닝
안철수 측 박선숙 본부장도 참석해 축사.. 文과 인사는 따로 안해
[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대해 반드시 재협상과 개방제한을 이뤄내겠다."(오전 중 기자들에게 미리 배포한 축사 원고)
"한미 FTA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큰 만큼 재협상을 통해 불이익을 바로잡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오후 행사 축사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측이 18일 한미 FTA 재협상 등에 대한 입장을 두고 연설문을 수정, 재수정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한미 FTA 재협상과 관련한 입장이 '반드시'에서 '최선의 노력'으로 바뀐 것이다.
문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위기의 먹거리, 희망을 말하다' 토론회 축사에서 "한미 FTA는 이미 2011년 국회에서 재협상 촉구를 결의했다"면서 "ISD(투자자-국가 소송제) 등 독소조항에 대한 국민적 우려도 큰 만큼 재협상을 통해 불이익을 바로잡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농업분야의 (FTA)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피해 보전대책을 마련하는데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행사에 앞서 민주당이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배포한 축사 연설문에는 "한미 FTA에서 검역주권을 반드시 회복하겠다"며 "쌀, 양념채소류, 과일, 특작, 축산 등의 품목이 양허 제외(개방 제한)가 되도록 하겠다"고 적혀있었다. 또 "FTA로 인한 무역이득환수 및 피해보전 제도를 통해 상생기금을 만들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 후보 측은 "확정되지 않은 초안을 그대로 실무팀에서 배포한 단순 실수"라며 한미 FTA와 관련한 부분을 삭제한 수정본을 다시 배포했다. 하지만 '한미FTA 독소조항 재협상'을 줄곧 주장해온 문 후보의 기본 입장과 배치된다는 지적과 함께 "캠프 내 입장 조율에 혼선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자 다시 한미 FTA 관련 발언을 추가했다.
이 과정에서 표현 수위가 조절됐다. '반드시 재협상'에서 '최선의 노력'으로 '톤다운'된 것.
이 문구는 민주당의 한미 FTA 당론과 맥을 같이 한다. 참여정부 당시 추진돼 논란을 일으키며 국정의 발목을 잡았던 만큼 문구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문 후보가 직접 확인하며 수정에 재수정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 측 송창욱 부대변인도 행사장에서 기자를 만나 "문 후보의 한미 FTA 기조와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며 "후보에게 최종 확인되지 않은 초안이 나가 수정했을 뿐"이라고 입장 변화가 없음을 강조했다.
문 후보는 이날 행사에서 "우리는 아직도 2008년 광우병 사태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며 "식량주권과 먹거리 안전문제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국정을 펼쳐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식량자급률 50% 향상 ▲2020년까지 친환경농업 30% 향상 ▲직불제 정비와 강화를 통한 농가소득안전망 구축, 직불예산 대폭 확대 ▲고령농, 영세농에 대한 사회안전망 확충 등을 제시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 측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도 참석해 축사를 했다. 하지만 문 후보와 박 본부장은 별도로 인사를 나누지는 않았다.
김종일 기자 live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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