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증시의 이상한 랠리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지난 1~9월 세계 주식시장 가운데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인 증시는 어디일까. 베네수엘라다. 미국 달러화 기준으로 베네수엘라 증시는 9개월 사이 163.24% 상승했다. 연초 11만6000선이었던 베네수엘라 증시는 16일(현지시간) 36만9506.78로 거래를 마감했다. 상승률이 215%를 넘어선 것이다.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 주간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베네수엘라 증시가 이처럼 급등한 이유에 대해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권좌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기대감(?) 덕이었다고 14일 소개했다. 베네수엘라 증시는 정권 교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대선 직전 40만4000선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대선 결과 차베스 대통령의 연임이 확정되자 주가는 폭락해 35만선 밑으로 떨어졌다.
1999년 이래 차베스 대통령은 '21세기형 볼리바르식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빈농에게 토지를 분배하고 공공주택 및 무상 의료 같은 사회복지도 실시해 20%에 이른 실업률은 7%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1000여개에 달하는 기업 국유화 등 반시장 정책들을 내놓은데다 물가상승률이 20%를 넘나들자 기득권층과 글로벌 투자자들은 그에게 등 돌렸다.
그 결과 베네수엘라 증시는 차베스의 집권 여부를 두고 급등락했다. 지난 4월 차베스 대통령의 건강 악화설이 돌면서 베네수엘라 증시는 급등했다. 하지만 그가 3선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급락하기 시작했다. 이후 야권 단일 후보 엔리케 카프릴레스 미란다 주지사가 차베스 대통령의 건강 문제를 제기하며 맹공세로 나오면서 두 후보 간의 지지율 격차는 10~20%에서 3%까지 좁혀졌다. 이에 증시는 상승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정권 교체에 대한 기대는 지난 7일 대선에서 차베스 대통령이 129만표 차이로 승리하면서 물거품이 되고 베네수엘라 증시는 급락했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투자은행 JP모건의 보고서를 인용해 야당 후보가 패했지만 베네수엘라에 투자할 가치는 있다고 전했다. 차베스 대통령의 계속되는 건강 이상 탓에 시장친화적인 정부로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는 것이다.
무디스는 상반된 의견을 내놨다. 차베스 대통령이 4선에 성공하면서 좀더 과감한 반시장 정책을 내놓을테니 베네수엘라 투자 비중은 낮추라고 권한 것이다. 차베스 대통령이라는 변수가 여전히 베네수엘라 경제를 쥐고 흔드는 셈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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