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영업정지 예정인 저축은행은 A,B,C 세 곳이다."(김영환 민주통합당 의원)
"BIS비율이 마이너스인 저축은행은 11개다. 이곳들이 다 영업정지 될 경우..."(민병두 민주통합당 의원)
지난 15일 열린 예금보험공사에 대한 국회 정무위의 국정감사에선 국회의원들의 입을 통해 추가 퇴출(?)될 수 있는 저축은행들의 실명이 마구 튀어나왔다. 의원들은 일부 저축은행에 대해선 아예 영업정지 예정이라고 못을 박거나, 특정 저축은행들의 영업정지를 전제로 하고 질문을 쏟아냈다. 버젓이 영업중인 저축은행의 실명이 거론됐지만, 사실 여부에 대해선 누구도 확인해주지 않았다.
부실저축은행 문제는 지난해와 올해 금융당국과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이 된 사안이다. 작년 초 시작돼 지난 5월까지 총 20개의 저축은행이 문을 닫았고, 이에 따라 예금자들은 크고 작은 피해를 보아야 했다. 예보가 저축은행 매각과 보험금 지급, 공동검사 및 단독조사를 통한 부실관리의 역할까지 맡고 있기 때문에 김주현 예보 사장을 향한 날선 질문들이 예상됐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 국회의원들은 줄기차게 퇴출 대상 저축은행들에 대한 '명단'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언제, 어느 저축은행이 추가로 영업정지 될 지 명확하게 얘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에게 혼선을 줄 수 있으니 불확실성 제거 차원에서 이 자리에서 확인해달라"는 국회의원들의 입장과 "명확히 결정된 것도 아닌데 감독당국의 제재조치 이전에 조사내용을 공개할 순 없다"는 예금보험공사의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의원들은 듣고자 했던 답을 듣지 못했고, 김주현 예보 사장은 같은 말만 되풀이 했다.
저축은행이 추가로 퇴출될 지 여부는 금융시장에서 상당히 민감한 이슈다. 투자자들에겐 자신의 돈과 직결된다. 그래서 언론도 금융당국의 보도자제나 엠바고 요청을 받아들인다. 금융시장의 전이성이나 전염성을 감안해 불특정 다수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국회의원들의 "아니면 말고" 식 폭로전이 자제돼야 할 이유다. "국회의원들이 알 권리"와 "국민이 알 권리"를 구별할 줄 아는 분별력 정도는 의원들이 갖추었으면 좋겠다.
김현정 기자 alph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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