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동 국세청장 사퇴의사 내비치기도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의 증인 채택 문제로 여야간 공방을 이어가며 정회를 거듭하던 국세청 국정감사가 끝내 파행으로 마무리 됐다.
11일 국세청 국감은 오전 10시 시작과 동시에 참고인 소지품 검사와 안원구 전 국장의 동양상 문제로 1시간여 만에 정회됐다. 점심 이후 다시 속개됐던 국감은 안 전 국장이 국세청사에 나타나면서 또 한번 정회가 선포됐다.
최재성 의원(민주통합당), 안민석 의원(민주통합당), 박원석 의원(무소속) 등이 이날 점심 이후 안 전 국장을 대동하고 국감이 열리고 있는 국세청에 나타난 것. 이에 청사 관리원들이 안 전 원장은 물론 동행한 국회의원들까지 국감장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엘리베이터 스위치를 꺼버리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같은 사태가 국감장에 바로 보고가 됐고, 어렵사리 속개됐던 국감은 바로 정회됐다. 이어 오후 5시20분께 속개됐던 국세청 국감은 1시간여 동안 여야 의원들의 공방 속에 오후 7시께 또 다시 정회가 선포되는 파행을 겪었다.
속개와 동시에 이현동 국세청장은 국회의원들을 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은 일과 관련해, "국세청 개청이래 처음있는 일이다"며 "내가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야당 간사인 김현미 의원(민주통합당)은 "안 전 국장이 뭐가 그렇게 무서워 막는 것인지 모르겠다. 엘리베이터, 비상구 계단까지 막고 도대체 (국세청이)무슨 짓을 했길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세풍사건을 겪고도 국세청은 여전히 정신을 못차렸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오늘 이 국세청장의 행태야 말로 국세청에 엄청난 범죄사실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이 국세청장은 국정감사 방해죄로 처벌 받아야 한다. 당장 국세청장 자리에서 사퇴하라"고 압박했다.
같은 야당 의원들도 거들고 나섰다. 안민석 의원은 "증인 채택되지 않은 인사를 국감장에 진입하려고 시도했다는 여당의 주장은 잘못됐다"고 지적한 뒤 "이 청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성토했다. 설훈 의원 또한 "이 청장의 사과만으로 넘길 수 있는 단순한 사안이 아니"라고 말했다.
반면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은 "증인 채택이 되지 않았음에도 굳이 안 전 국장을 국감장으로 데려온 것은 국감을 정치국감으로 몰고 가려는 구태정치의 전형"이라고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이현동 청장은 "청장 2년동안 늘 가시바늘에 앉아 있는 느낌이었다. 자리에 연연하며 살아오지 않았다. 간부들과 상의해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며 자진사퇴 의사도 내비쳤다.
이어 김현미 의원은 "이같은 분위기에 국감을 진행하는 것은 무리"라며 "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는 날짜를 다시 잡아 진행하도록 위원장께 건의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여야 의원들의 공방이 1시간 반 동안 이어졌고, 오후 7시께 국세청 국정감사는 또 다시 정회가 선포됐다. 곧바로 여야 간사들의 협의가 시작됐고, 결국 국세청에 대한 국감을 다음으로 미루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간사들은 수석전문위원에게 이같은 의견을 보고했고, 오후 7시 40분경 여야 의원들은 하나둘씩 국감장을 빠져 나갔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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