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주 예스24 종합 부문 추천도서 3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부는 계절이다. 그 여느 때보다 가슴 한편이 쓸쓸해지고 외로움도 많이 탄다. 사랑 때문에 울고, 취업문제로 고개를 숙이고, 나라안팎으로 일어나는 여러 문제로 우울해지는 날의 연속이다. 누군가의 관심과 위로가 절실한 시기다. 요즘 TV, 영화, 라디오, 책 등을 보면 부쩍 힐링이라는 단어가 많이 들려온다. 그 만큼 현 시대는 아픔도 많고 상처도 크다. 우리에겐 치유의 시간이 필요하다. 아름다운 감성으로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해줄 산문집 3권을 소개한다.
신선하고 파격적인 상상력과 독특하고 매혹적인 시와 사진 등으로 다양한 연령대의 마니아독자층을 가지고 있는 전방위 작가 신현림. 《만나라 사랑할 시간이 없다》에서 일과 사랑에 서툰 이들에게 삶을 사랑하는 법을 알려준 그녀가 이번엔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이야기 한다. 에세이 속 단어와 시적인 문체에 그녀의 따스한 감성이 오롯이 담겼다.
상처가 깊고 추운 영혼들에게 인생을 한 발 앞서 살고 있는 언니가, 또는 누나가 다독이며 말한다. 마치 내 눈을 보고, 내 어깨를 다독이며 이야기 하는 것 같다. 생각하는 시간조차 재촉하고 급히 서둘며 흘러가는 세상에서 그녀는 그냥 괜찮다며 좀 더 생각하고 좀 더 사랑하자며 위무한다. 직접 그린 삽화와 글로 쓰다듬는 그녀에게 우리는 어느새 언니에게, 누나에게 하듯 우리의 이야기를 털어놓게 된다.
누구에게나 청춘의 시간은 쉽지 않다. 좋아하는 가게는 꼭 1년 안에 폐업하고, 오랜 고민 끝에 고백한 첫사랑에게는 거절당하고, 면접은커녕 서류전형에서 줄줄이 낙방하고, 꽃다운 학창시절을 함께 보냈던 친구 중 누군가는 멀리 떠나간다. 이런 순간들을 지나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성공보다 실패에 더 깊게 감응하는 사람이 되어간다.
청춘의 상처를 보듬기 위해 우리는 소도시로 여행을 떠나고, 오래된 영화를 보고, 좋아하는 에세이의 한 문장에 마음을 맡기며, 영혼을 위로해 줄 소박하지만 온기 있는 음식을 먹는다. 뜨겁게 실패했던 청춘을 지나 마침내 인생의 방황을 끝내고 나만의 방을 찾아나서야 할 때, 바로 그 순간 어른의 시간은 시작된다.
이 독특하고 예리한 감각의 에세이는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소설가이자 한 여자로서의 백영옥이 실패의 연대기에서 시작해 희망의 연대기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선사한다. 마치 내가 소설 속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주는 아주 특별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만나보자.
『홀로서기』의 시인 서정윤이 사랑, 이별, 그리움, 삶을 테마로 쓴 에세이집. ‘너무나 상투적인, 진부하기 짝이 없는’ 주제들이지만, 그 보편적이고 보통의 감정만이 가질 수 있는 절절함을 포착했다. 저자는 때로는 아프게 다가오는 것들로부터 도망치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그것을 인정하고 사랑하자고 말한다. 또, 모두가 공감하는 동시에 지극히 내밀하고 개인적인 기억들을 하나하나 보듬어준다. 그러면서 그 뒤에 올지도 모르는 두 번째 사랑을 맞이할 용기를 북돋아준다.
저자의 독특한 이별어語, 사랑어語, 그리움어語와 함께, 평범한 일상 속의 특별한 순간을 담은 사진들이 수록되어있다. 그를 통해 네 개의 감정을 하나하나 짚어보고 난 뒤에는 ‘가장 상투적인 것이 가장 눈물겨운 풍경이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게 될 것이다.
박종서 기자 js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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