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울산 현대의 남모를 속병이 깊어지고 있다. 겉보기엔 나쁠 것 없다. 사상 첫 아시아 정상도전의 기회를 잡았고, K리그에서도 상위권이다. 부러움을 살만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마냥 웃을 수도 없는 처지다.
울산은 8일 문수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35라운드 홈경기에서 제주와 득점 없이 비겼다. 화끈한 공격 축구에도 소득은 없었다. 승점 1점을 보탠 울산은 16승10무8패(승점 58)로 4위를 유지했다.
상위권이라지만 내실은 적다. 선두 서울(승점 76)은 커녕 2위 전북(승점 69)조차 이미 먼발치에 있다. 우승 도전은 언감생심. 내년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걸린 3위가 현실적 목표다. 이마저도 쉽지 않다. 경쟁자인 3위 수원(승점 62)은 최근 2연승의 상승세다. 수원이 한경기를 더 치렀지만 여러모로 불리한 상황이다.
숨 돌릴 틈 없는 살인 일정이 가장 큰 변수다. K리그 대표로 유일하게 ACL 4강 고지를 밟았지만 밀린 리그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분주하다. A매치 휴식기에도 험난한 여정은 계속된다. 당장 턱밑까지 따라온 5위 포항(승점 56)을 상대로 오는 14일 원정 경기를 치러야 한다. 사흘 뒤에는 전북과의 홈경기가 기다리고 있다.
설상가상 주축 멤버들의 전력 이탈이 겹쳤다. 곽태휘, 이근호, 김신욱, 김영광 등 핵심 4인방은 이란과의 월드컵 예선을 위해 A대표팀에 차출됐고, 중앙 수비수 이재성은 허벅지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과의 ACL 8강 원정을 마친 후유증도 상당하다. 공격수 하피냐는 제주전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중원사령관 에스티벤은 교체 멤버로 그라운드에 나섰다. 후반 드러난 체력적인 문제는 누적된 선수단의 피로도를 가늠케 한다.
선택과 집중의 기로에 놓인 김호곤 울산 감독은 오는 24일 부뇨드코르(우즈베키스탄)와의 ACL 4강전에 총력을 기울일 태세다. 그는 "선수들의 체력 문제를 다시 한 번 절감했다"라며 "ACL에 초점을 맞추면서 그동안 경기를 뛰지 못한 선수들을 중심으로 K리그 일정을 소화하겠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나름대로 준비를 잘 하겠다"라고 밝혔다.
클럽의 막대한 홍보효과와 아시아 정상이라는 명분을 택한 셈. 하지만 ACL 우승이 내년 시즌 출전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K리그 순위 경쟁에서 끝까지 손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명예와 실리 사이에서 두 마리 토끼를 쫓는 울산의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된다.
김흥순 기자 s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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