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남자> 7회 KBS2 수 밤 9시 55분
<착한 남자>의 세계는 서 회장(김영철)의 ‘울타리 안’과 ‘울타리 밖’으로 양분된다. 서 회장의 세계에서 단 한 번의 잘못은 즉각 단죄의 대상이 되며, 그 복수는 배신자들의 파멸을 목표로 한다. 서 회장이 재희(박시연)와 안 변호사(김태훈)의 외도 사실을 알기가 무섭게 그들을 파멸시킬 복수를 계획하는 식이다. 반면 울타리 밖 마루에게 있어 복수는 단칼에 상대를 파멸시키는 것이 아니다. 재희에게 계속해서 배신당하면서도 마루(송중기)는 끝내 재희를 찾아온 오빠 재식(양익준)으로부터 재희를 보호한다. 마루의 복수는 재희를 자신의 곁 울타리 바깥으로 끌어오는 것이며, 따라서 마루는 복수를 꿈꾸면서도 재희를 완전한 파멸로 이끌 수 있는 사안 앞에서는 침묵하는 애매한 태도를 취한다. 그것은 끝까지 노조를 버리지 못하고 포용하려던 은기(문채원)를 끌어당기는 힘이 되고, 은기는 자신에게 목적을 갖고 접근했던 마루를 잘라내지 못하고 마루의 곁으로 되돌아왔다. 이는 마루가 복수를 준비하는 도중에도 은기를 향한 경고를 잊지 않는 사람이었기에 가능했다.
그래서 은기에게 있어 마루의 복수는 구원이다. 서 회장, 재희, 은기에 이르기까지 온통 병들어 있는 울타리 안의 세상으로부터 재희를 끌어오려던 마루의 인력 안에서 은기는 병들지 않은 새로운 세상을 꿈꾸기 시작했다. 마루에게 은기가 오를 수 없는 곳을 오르게 할 ‘사다리’였던 것처럼, 은기에게도 마루는 허락되지 않던 울타리 바깥세상을 향한 통로였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재희의 배신을 경험한 마루는 여전히 재희를 향한 복수의 눈을 빛내고 있다. 오랫동안 출발신호를 기다리며 재희의 곁을 맴돌기만 하던 마루의 복수는 은기에게 계속해서 구원일 수 있을까. 구체적인 형체를 갖춘 “삼류, 저질, 싸구려”가 아닌 복수의 방식과 목표가 세워질 때 이 문제의 답은 구해질 것이다. 마루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배신은 이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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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김지예(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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