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대선을 앞둔 추석 연휴는 대권에 도전하는 후보들에게 큰 위기이자 기회다. 역대 대선에서 추석 밥상을 놓고 벌어지는 '대선 이야기'는 여론 추이에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추석 민심을 잡은 후보가 대선 초반 레이스를 주도할 수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는 추석 연휴 동안 유권자들에게 표심을 호소하는 한편 자신에게 주어진 '1차 과제'를 풀기위해 고심을 거듭했다. 박 후보는 과거사 사과발언 이후 민심의 추이를 살펴보며 출구를 찾고 있다. 문 후보는 흔들리는 호남 정서를 잡기 위해, 안 후보는 혹독한 검증을 벗어나기 위해 추석 민심에 촉각을 기울였다.
'원칙'과 '신뢰'의 이미지를 기초로 튼튼한 지지기반을 확보한 박 후보는 지난 8월 20일 후보선출 직후 '대통합 행보'를 통해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그러나 5·16 군사정변과 유신에 대한 평가 등 과거사 논란은 여전히 그의 발목을 잡았다. 특히 인혁당 '두 개의 판결' 발언을 촉매로 악재로 작용하면서 지지율이 거의 '저점'에 이르렀다.
결국 박 후보는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5·16과 유신, 인혁당 사건들은 헌법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사과했다. 이를 통해 과거사 논란을 털고자 한 박 후보에게 이번 추석은 '그래도 박근혜'라는 대세론에 다시 불을 지필 수 있을지, 야권 후보들에게 고스란히 대선 1차전을 넘겨줄지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최근 지지율이 급상승했던 문 후보는 의외의 곳에서 악재가 터졌다. 그는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로 공식 선출된 이후 고공행진을 벌였다. 박 후보와의 양자구도에서 앞서는 지지율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안 후보의 등장 이후 전통적인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그에게 열세를 보이고 있다. '안방'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는 문 후보는 호남을 끌어안지 못하고 대권을 노리는 것은 너무나 위험하다.
이 때문에 문 후보는 추석 연휴 직전 호남을 방문해 지지율 회복을 시도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민주당 광주전남 핵심당원 간담회에서 "(민주당의 분열이) 호남에 상처를 안겨줬고, 참여정부의 개혁 역량을 크게 떨어뜨린 점 사과드린다"며 지역과 계파를 초월한 대화합을 강조했다. 문 후보는 야권 단일화를 강조하는 한편 안 후보와의 차별화를 통해 제1야당 후보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할 계획이다.
안 후보는 출마선언 이후 박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오차범위 밖으로 앞서는 지지세를 구축했다. 그는 출마 직후 각 분야 전문가들과 정책네트워크를 구성하는 한편 '친노'와 '호남' 민심잡기에 나섰다. '선거전략가' 박선순 전 민주통합당 의원과 '재벌저격수' 장하성 고려대 교수 등을 영입하는 등 거물급 인재 영입에도 공을 들였다.
다만 최근 안 후보는 부인의 다운계약서 논란에 이어 본인 부동산의 다운계약서 의혹까지 불거지며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그는 곧바로 사과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추석 직전 안 후보를 둘러싼 '검증'이 폭발력을 발휘하며 추석민심에 곧바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다른 후보에게 불거진 문제들보다 폭발성이 약하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추석 이후 여당의 검증공세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여, '정치 경험'이 부족한 안 후보가 이를 버텨낼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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