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스티브 잡스는 탁월한 선지자였고, 픽사 가족들의 소중한 친구이자 길을 이끄는 등불이었다”
지난해 10월 애플의 성공 신화 스티브 잡스가 숨을 거두자 미국의 애니매이션 제작사 픽사의 존 라세터 감독과 기술자 에드윈 캣멀을 비롯한 픽사 직원들이 올린 추모글이다. 이들은 이 글에서 잡스를 ‘픽사 DNA’ 일부라고 지칭했다.
아이폰과 아이팟, 아이패드 등 첨단 기기를 창조한 애플의 최고경영자(CEO)에게 픽사 임직원이 이처럼 애정이 듬뿍 담긴 추모사를 발표한 이유는 무엇일까.
애플의 성공 신화 스티브 잡스가 전세계 어린이와 애니메이션 팬들을 열광시킨 최초의 컴퓨터그래픽 장편영화 ‘토이스토리’ 제작사 픽사를 현재 위치까지 끌어 올린 인물이기 때문이다.
잡스는 경영 부진을 이유로 애플에서 쫓겨난 직후인 1986년 1월 스타워즈로 유명한 조지 루카스 감독이 소유한 컴퓨터 기술사업부를 1000만 달러를 인수해 ‘픽사’라는 이름을 붙였다.
잡스는 픽사가 미국 최대 애니매이션 제작사 디즈니에 인수될 때까지 20년간 최대주주였다. 픽사를 넘긴 이후 타계할 때까지 디즈니의 이사로 재직했다.
픽사에 대한 잡스의 투자가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당시 미국의 애니매이션 업계는 실사 애니메이션 중심의 디즈니가 꽉 잡고 있었으며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을 개발 중이던 픽사에 대한 투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수준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픽사가 처음으로 아카데미 단편 영화상을 받은 ‘틴 토이’가 나온 1988년까지 잡스가 투자한 금액은 5000억원에 달하며, 이는 그가 애플에서 나올 때 현금화시킨 돈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잡스로선 앞날이 불투명한 회사에 자신의 인생을 건 도박을 한 셈이다.
잡스의 도박이 성공한 것은 1996년 존 라세터가 감독한 애니메이션 영화 토이스토리가 대대적인 흥행을 거두면서다. 토이스토리의 성공과 함께 증시에 주식을 공개하며 빈털터리로 내몰렸던 잡스는 단번에 억만장자로 부상했다.
이후 픽사의 잡스의 재정적 도움으로 ‘벅스 라이프’와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 ‘몬스터 주식회사’ 등 영화도 대박을 터트리면서 3D 애니메이션의 선구 주자가 된다.
이에 디즈니는 픽사를 넘보게 됐고, 2006년 잡스는 디즈니의 지분 7%를 받고 픽사를 매각했다. 픽사의 핵심 멤버 존 라세터 감독과 에드윈 캣멀도 디즈니에서 고위직을 맡아 주옥같은 애니메이션 창작에 매진했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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