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틸 정진우 과장, 회사 독서경영으로 책 읽기 시작해 5년간 200여권 독서후기 올려... 이번주에 독서후기 묶은 책 출간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칭찬을 고래도 춤추게 한다' 직원의 자발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한 '독서경영'에서 칭찬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
2008년부터 독서경영을 시작한 기업 코스틸에서는 '칭찬'의 힘으로 200여편의 독후감을 쓴 직원이 나왔다. 코스틸 영업2부의 정진우(40) 과장이 그 주인공이다. 의무감으로 읽기 시작해 첫해 14권의 독후감을 겨우 올렸던 그는 5년 만에 그동안 쓴 독후감을 모아 책으로 출간하게 됐다.
◆책읽는 습관부터 만들어야=정 과장은 "20대에는 일하고, 놀기 바빠 책을 열심히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못 했다"면서 "처음에는 책을 읽어야만 하니까 읽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코스틸은 직원들에게 매달 자신이 읽은 책의 독서후기를 사내 홈페이지 북카페 게시판에 올리도록 한다. 의무적으로 읽어야 할 목표치는 1년 동안 총 12권인 셈이다.
정 과장은 "책을 읽고 나서 독후감을 올릴 때마다 칭찬과 격려를 많이 받았다"며 "사소한 데서 변화가 시작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부터 회장에 이르기까지 직접 댓글을 달아주기도 하고, 만날 때마다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칭찬해줬다. 이번에 200여편의 독후감을 묶어 책으로 내게 된 것도 최고경영자의 아이디어로 추진됐다. 지난해 가장 많은 책을 읽은 '독서왕'에게 의미 있는 선물을 주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매달 책을 읽고 가장 많은 독후감을 올린 사람에게는 20만원을, 연말 독서왕으로 뽑히는 직원에게는 100만원의 지원도 해준다. 이 같은 회사 분위기에서 정 과장은 자신만의 노력을 보탰다. 그는 "자기 전에 30분씩 책을 읽는 습관을 만들었더니 어느 순간 책읽기에 속도가 붙었다"고 말했다.
'자기 전 30분' 독서시간뿐만 아니라 이동하는 자투리시간도 책 읽는데 투자했다. 서울과 포항을 자주 오가는 근무패턴을 고려해 기차 안에서의 2시간은 '독서타임'으로 정했다. 정 과장은 "조용한 기차 안에서 2시간동안 집중하면 가벼운 책 한권은 읽을 수 있다"며 자투리 시간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심지어 헬스장에서 실내자전거나 러닝머신을 이용할 때도 책을 펴놓는 읽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나만의 독서법, 독후감 정리법도 생겨= 정 과장은 이 같은 노력으로 5년간 약 200여권의 책을 읽었다. 회사에서 지정해주는 도서뿐만 아니라 베스트셀러, 소설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두루 읽었다. 정 과장은 "책을 읽으면서 차츰 나만의 책 고르는 방법이 생겼다"며 "읽고 싶은 신간이 나오면 같은 저자가 썼던 과거의 책들을 함께 보거나 같은 주제를 가진 다른 책들을 함께 읽는다"고 소개했다.
예를 들면 장하준 교수의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를 읽으면서 전작인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나쁜 사마리아인들','사다리 걷어차기' 등을 함께 읽는 식이다. 정 과장은 "한 저자의 책을 이어서 읽다 보면 맥락이 바뀌는 것도 알 수 있어서 더 재미있다"고 설명했다.
5년의 시간동안 읽은 책이 쌓이는 만큼 독후감의 수준도 달라졌다. 정 과장은 "초기에 썼던 독후감을 읽어보면 일단 길이가 짧다"며 "단순하게 정리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었는데 독후감도 자꾸 쓰다 보니 나만의 후기 작성법도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가령 '경제민주화'에 대한 신문사설을 읽다가 좀 더 알고 싶어서 책을 읽는 경우에는 책에 나온 '경제민주화'에 대한 담론을 정리한 다음 내 생각을 더하면서 독후감을 만들어나간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독후감을 묶어 책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면서 초기 때 쓴 독후감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실을 예정이다. 그는 "부끄럽긴 하지만 책 한권에서 변화와 성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독서경영을 통해 내가 얻은 것은?= 정 과장은 '독서습관'을 갖게 된 것을 가장 큰 이득으로 꼽았다. "20대부터 책을 읽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후회된다"고 말하는 그에게 독서의 의미는 무엇일까?
정과장은 "예전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하고, 승진하면서 사람이 한 단계씩 성장한다고 생각했는데 마냥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며 "독서가 성장에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또 그는 "책은 지식을 과시하기 위해 읽는 게 아니라 내 스스로 판단하고 생각하는 힘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독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독서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상관없이 누구나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가 하나씩 있다"며 "인터넷으로 검색하기보다는 관련분야의 책을 읽어 볼 것"을 권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관심사에서부터 독서를 시작해야 재미도 느끼고 스트레스도 덜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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