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성공방정식, '저만치'가 핵심키워드
안철수, 정치와의 거리 유지가 '안철수 현상' 지속 여부 가를 듯
조국 "무소속 대통령은 필패. 국정을 운영하려면 정당정치에 기반해야"
[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
"정치인으로 국민의 신뢰와 국민과의 (가까운) 간격은 어려움을 이겨내는 힘이 된다. 그 신뢰는 하루아침에 쌓이는 것이 아니고 오랜 시간에 걸쳐 그 길에 한결 같을 때 국민이 알아주는 것이다." (18일,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
19일 지각 출마 선언을 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성공방정식은 무엇일까.
승패의 관건은 '정치인 안철수'가 안철수 현상을 계속 지속해 나갈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젠 공식적인 라이벌인 된 '정치인 박근혜'가 어려움을 이겨내는 힘으로 지목한 '국민과의 간격'을 안 원장이 '한결같이' 지켜나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치와 '저만치' 거리를 두며 이끌어왔던 안철수 현상을 정치에 발을 담근 정치인 안철수가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만들어 갈 것인가가 승부의 열쇠라는 풀이다.
안철수 현상은 2012년 대선 정국에서 상수로 존재할 만큼 국민들의 열망의 집합체였다.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대중의 부름을 받아 호출된 안 원장은 그동안 정치의 구태와 기득권을 일거에 혁파할 수 있는 21세기형 지도자로 비쳐졌다. 안 원장은 젊은 세대에게는 희망과 꿈의 아이콘이었고, 기성세대에게는 자식이 닮았으면 하는 인물이었다. 이 모든 열망이 모여 '안풍(安風)'을 만들어낸 것이다.
하지만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그에 못지않게 큰 법이다. 안철수 현상은 '정치인 안철수'가 아닌 성공한 CEO와 존경받는 교수, 청춘들의 멘토로서의 안 원장의 모습에서 투영된 현상이다. 안 원장은 사실상 정치인으로의 행태를 보이면서도 정치와의 일정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노출을 적절히 조절하면서 신비감을 극대화했다. 정치의 영역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정치인 안철수'는 아직 검증된 바도 없다.
안 원장은 미리 쓴 출마선언문처럼 여겨지는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서 비전으로 복지, 정의, 평화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본인이 그리는 구체적인 개혁안으로 재벌개혁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민주화와 증세가 포함된 복지국가를 설계해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은 '정치'가 작동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안 원장은 특정 정당에 속하지 않은 무소속 후보다. 혹독한 정치적 시련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안 원장과 가깝다고 알려진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8일 "비록 기존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으로 '안철수 현상'이 만들어졌다 해도, 집권을 하고 국정을 운영하려면 정당정치에 기반해야 한다"며 "그것이 안철수의 남은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무소속 대통령은 무조건 실패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면서 "예수님이 온다 해도 무소속 대통령은 정국을 이끌어 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당으로, 정치의 영역으로 들어오라는 주문이다.
민주당의 한 핵심관계자도 "안 원장이 무능과 부패의 상징으로 지목한 거대정당들의 독과점 구조와 낡고 협애한 정치 지형은 한 개인이 대통령에 당선된다고 저절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혁명에 가까운 변화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 대다수는 정치 경험도 없고 행정도 해보지 않은 안 원장의 국정 운영 능력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면서 "안 원장이 '안철수의 생각'에서 제시한 모범답안이 아니라 '안철수의 새 정치'를 담아낼 '킬러 콘텐츠'를 정치력으로 완성해 보여주지 못하면 의외로 쉽게 허물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종일 기자 live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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