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창익 기자, 조태진 기자, 박미주 기자] LIG건설이 모그룹 오너 리스크에 또 다시 발목을 잡힐 위기에 처했다. 중견건설업체 건영과 한보건설을 합병한 후 새 둥지를 틀었으나 법정관리체제에 들어선 데다 이번에는 전방위 검찰수사라는 악재를 만났다.
19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서울 마포구 LIG그룹 본사와 서울 강남구 역삼동 LIG건설에 10명 안팎의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장부 등을 압수했다. 검찰 수사 핵심은 LIG그룹 오너 일가가 지난해 3월 LIG건설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수백억원대 기업어음(CP)을 부정 발행했는지 여부를 캐내는 데 있다.
실제로 LIG건설은 기업회생절차 돌입 직전인 지난해 2월 28일~3월 10일 금융당국에 CP 발행신고서를 제출해 242억4000만원 어치의 자금을 끌어 모은 바 있다. 검찰은 지난 2월 오너 일가 비자금 조성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구자원 LIG그룹 회장과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에 대해 출국금지를 취하는 등 수사 강도를 높여왔다. 이번 압수수색은 그동안의 수사를 종합적으로 보강한다는 의미를 담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LIG건설은 지난해 CP투자자들이 고발한 내용을 검찰이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LIG건설 관계자는 "CP 발행은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차원이었고 해당 부채에 대한 상환도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투자자들의 제기하고 있는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 결과에서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수사 결과가 기업이미지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사내는 술렁이는 분위기다. 한 직원은 "검찰이 CP 부정발행 의혹에 대해 명백한 증거를 확보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며 "지난해 기업회생절차 졸업을 기대하고 있던 상황인터라 착잡할 뿐이다"고 토로했다.
건설업계는 LIG건설에 대한 검찰 수사 역풍이 또 다시 휘몰아치면서 조기 경영정상화 제동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LIG건설은 오너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서울 및 수도권 지역 대형 공사를 잇따라 수주하면서 채무액 1조 3600억원 일부를 상환해 지난해 말까지 법정관리 상태에서 벗어날 것으로 관측되기도 했다.
하지만 모기업의 편법적인 CP발행에 대한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오면서 LIG건설의 조기졸업도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모 건설사 임원은 "검찰 압수수색으로 신규 공사 수주를 받는 것이 만만치 않을 수 있는 만큼 경영정상화로의 길이 더 꼬이게 됐다"고 전했다.
한편, LIG그룹은 2006년 7월 건영 인수를 계기로 건설업에 진출했다. 이어 2009년 SC한보건설을 인수하면서 몸집을 불렸다.
당시 건설업 인수·합병 주체는 'TAS'라는 LIG그룹 계열사다. 이 회사는 2005년 4월 손해사정 서비스업과 콜센터 운영대행 업체로 설립됐다. 그러나 건영을 인수한 뒤부터 LIG건설의 지주회사 역할을 해왔다. TAS는 LIG그룹 총수 일가인 구본상, 구본엽, 구창모, 구영모씨가 각각 14.31%씩 지분을 갖고 있다. 총수 일가가 사실상 LIG건설을 지배하는 대주주였던 셈이다.
건영과 한보건설 인수 금액은 각각 2870억원과 302억원이었다. 자금은 대부분 금융권 차입으로 충당됐다. 2010년 말 TAS의 자본금은 1억1000만원에 불과한데 부채 총계는 3700억원까지 늘어났다.
LIG건설의 운영 자금도 주로 금융권 대출을 통해 조달됐다. 시중은행에서 1000억원가량의 신용대출을 받았고 저축은행 등에서 87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도 추진했다. 1조원에 이르는 부채를 떠안고 있다 지난해 저축은행 파동으로 대출 만기 연장과 신규 대출이 막히면서 지난해 3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김창익 기자 window@
조태진 기자 tjjo@
박미주 기자 bey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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