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유럽연합(EU) 차원에서 유럽의 대형은행들을 분리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최근 미셸 바르니에 EU집행위원회 금융서비스담당 집행위원이 올해 2월 에르키 리카넨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를 비롯한 전문가들에게 향후 유럽 대형 은행들이 구제금융을 받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방안 가운데에는 유럽의 대형은행들을 쪼개는 방안도 포함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의 은행들은 상업은행이 투자은행을 겸업하는 '유니버설 뱅킹' 체제다. 2008~9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미국 및 영국은 상업은행이 투자은행을 같이 하면서 금융위기를 확산시켰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미국의 경우 볼커룰, 영국에서는 비커스 보고서 등이 발표했다. 이에 반해 유럽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개혁 노력이 적었다.
바르니에 집행위원은 리카넨 총재 등 전문가 11명에게 미국과 영국에서 이뤄진 금융개혁 방안을 유럽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볼 것을 요청했다.
미국은 대형은행 개혁안으로 제시한 볼커룰은 세웠다. 불커룰은 은행의 자기자본 거래 금지 및 사모펀드와 헤지펀드 등 위험자산에 투자를 제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영국은 금융규제개선위원회를 통해 비커스 보고서를 내놨는데, 여기에는 예금은행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보호막(링펜스, ring-fencing)의 설치, 자본금 강화, 예금의 변제우선권 부여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9일 리카넨 위원회가 볼커룰과 비커스 보고서의 규제 내용등을 혼합한 대형은행 규제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FT 보도에 따르면 리카넨 위원회는 은행위 트레이딩 자산이 전체 자산의 5%를 넘어설 경우 비커스 보고서의 '링 펜스'를 적용해 별도 회사를 설립하도록 되어 있는 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유럽에서도 여러차례 금융권에 대한 개혁노력이 있었지만, 대형은행들이 각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기 때문에 파산시키지 못하고 국민들의 세금을 통해 끊임없이 구제금융을 해줄수밖에 없었다. 이른바 대마불사의 논리가 통용된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흐름에도 변화가 생겼다. 독일 공정위의 다니엘 짐머 위원장은 "각국이 대형은행 문제를 처리방식이 기존의 방식을 답습하는 것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이전과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현재 각국은 2008년 당치처름 은행들을 구제금융할 수 있는 재정적인 여력을 가질 수 없으며, 납세자들 역시도 은행들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질 의사가 없어졌다"고 말한다.
유럽 대형은행에 대한 규제에 있어서 핵심 쟁점은 고위험 분야에 투자하는 트레이딩 부분을 다른 은행과 어떻게 격리시킬지에 관한 부분이다. 여신부분과 투자은행 부분을 나눌 경우 은행이 위기가 닥칠 경우에도 가계 및 기업들은 은행과 거래를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과 대마불사의 논리와 여신부분의 지원이 사라질 경우 트레이딩 등 투자은행 부분이 비용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슈피겔은 대형 유니버설 은행들의 분리 논의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은행권의 반발 역시 크다는 점을 지적한다. 유럽의 대형은행들이 현재의 질서가 무너지는 것을 속무무책으로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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