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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아버지'라 못 부른 성철스님께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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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 탄생 100주년맞아 딸 불필스님 회고록 '영원에서 영원으로' 출간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태어나서 한번도 '아버지'라는 단어를 불러보지 못한 불필(不必)스님. '세상을 등지고 가족을 버린 채 산속에서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생각하며 조금씩 아버지에 대해 미워하는 마음을 키워오던 열 세살 소녀 수경은 처음으로 아버지를 찾아간 자리에서 문전박대당하고 만다. 성철스님이 "가라, 가!"라고 크게 소리 지르며 쫓아버린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정말 한 치의 미련도 없이 함께 갔던 삼촌의 손을 꼭 잡고 돌아서버렸다는 그는 훗날 성철스님을 따라 출가의 길을 선택했다.


한번도 '아버지'라 못 부른 성철스님께 바칩니다 불필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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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의 딸이자 제자인 불필스님(75)이 성철스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영원에서 영원으로'라는 제목의 회고록을 펴냈다.

18일 해인사 금강굴 문수원에서 기자들과 만난 불필스님은 “산 속에서 살아온 선승이 책을 내는 일이 옳은 일인가 싶어 여러 차례 출간 제안을 거절하기도 했다”면서 “이 책으로 큰 스님의 가르침을 받아 한 사람이라도 영원한 진리의 삶을 살 수 있다면 감사할 뿐”이라며 출간의 소회를 밝혔다.


불필스님은 성철스님과의 첫 만남을 회상하면서 “아버지 얼굴도 모르고 자란 딸에게 만나자마자 가라고 소리를 지르며 정이 떨어지게 한 사람이니 정말 미련이 남지 않았다”며 “그때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음도, 미워했던 마음도 다 정리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집착을 완전히 놓아버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버지가 아닌 스승으로 재회한 두 번째 만남은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전주사범학교에 다니고 있던 수경은 여름방학을 맞아 경남 통영의 안정사를 찾았다. “니는 무엇을 위해 사노?” 다시 만난 성철스님은 방에 마주앉자 거두절미하고 물었다. “행복을 위해 삽니다”라고 답하자 그는 “행복에는 영원한 행복과 일시적인 행복이 있는기라”라고 말했다. 불필스님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벌써 나의 생은 결정나버리고 말았다”며 “바보가 아닌 이상 일시적 행복이 아닌 영원한 행복을 위해 살겠다고 마음속으로 결심했다”고 회상했다.


스님은 “그 동안 행복만 추구했지 행복에 영원한 행복과 일시적인 행복 두 가지가 있다는 걸 몰랐다”며 “그날 이후 영원한 행복을 누리는 대자유인의 길을 가겠다는 뜻을 품고 수행정진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도를 깨치겠다고 다시 찾아온 수경에게 큰 스님은 노트를 한권 내밀었다. 스님이 직접 써주신 법문 노트였다. 막 출가한 수행자들이 굳은 신심으로 열심히 수행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쓴 책으로 수행에 대한 지침이 담겨 있었다.

한번도 '아버지'라 못 부른 성철스님께 바칩니다 젊은 시절 백련암에서 성철 큰 스님을 모시고 찍은 사진. 큰스님 오른편은 청량사에서 첫 철을 같이한 현각스님이다. 성철큰스님은 '수도자가 살아가는 길은 공부밖에 없어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불필스님은 “법문 노트는 서릿발처럼 신심을 솟구치게 하고 도의 길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게 하는 교과서였다”고 회상했다. 당시 함께 수행했던 옥자(백졸스님)와 수경(불필스님)은 이 법문 노트에 그 어떤 이름도 붙일 수 없다는 뜻으로 ‘백비’(百非)라고 써놓고, 수행의 지침으로 삼았다. 불필스님은 “지금 읽어봐도 큰스님의 법문은 명철하면서도 현대적인 언어로 쓰여 있어 내용이 일목요연하고 문장 또한 군더더기 하나 없이 논리정연하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출간된 회고록에는 납자에게 주는 열가지 당부, 수도팔계 등 법문 노트에 실린 글 일부가 수록됐다.


불필스님 역시 출가하면서 부녀의 인연을 벗어나 수행의 길을 함께하는 스승과 제자 가 됐으나 여전히 불필스님은 성철스님에게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멀리 있어야만 하는 존재였다.


불필스님은 “큰스님의 영결식과 다비장에도 참석하지 못했다”며 “마지막 모습인 연화대를 산 위에서 바라보면서 9배를 올렸다”고 말했다. 과거, 현재, 미래 삼세를 다 합해서 다시 만나뵐 것을 약속하는 9배였다. 스님은 “큰스님이 열반에 드실 때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며 “멋지게 살다가 멋지게 가셨는데 눈물이 왜 필요한가 싶어서 울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불필스님은 책을 통해 ‘생사의 바다에서 마음의 눈을 바로 떠서 영원한 대자유인으로서 스님을 다시 만나 뵙고 싶다’는 소회를 밝혔다.

한번도 '아버지'라 못 부른 성철스님께 바칩니다 성철스님


이 책은 성철스님이 가장 좋아하는 말씀이셨던 ‘자기를 바로봅시다’라는 법어로 끝맺는다. 큰스님은 1981년 대한불교조계종 제7대 종정으로 추대된 뒤, 첫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한글 법어를 내놨다. ‘자기를 바로봅시다’는 1982년 부처님 오신날의 법어다.



한번도 '아버지'라 못 부른 성철스님께 바칩니다 영원에서 영원으로/불필스님 지음/김영사/1만4000원

불필스님은 “자신을 바로 보는 것말고 더 무엇이 있는가”라며 “책을 읽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기가 본래 부처’이며 ‘자신의 진면목을 바로 보라’는 큰스님의 말씀으로 마지막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자신의 마음 속 부처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깊이 병들어가고 있는 현실에서 성철스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스님의 유산을 재음미해보자는 뜻이다.


이 책에는 성철스님의 가족사에서 향곡스님, 법전스님, 인홍스님같은 선지식들의 철저한 수행과 성자같은 삶, 봉암사 3년 결사에서 현재에 이르는 한국불교사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낸다. 그 동안 불필스님이 개인적으로 소장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성철스님의 법문과 편지, 사진자료들도 책에 실렸다.






이상미 기자 ysm1250@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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