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커피 끓여 마실 때/내 입은 위(胃)와 통화한다./"지금 커피 한잔 발송한다."/조금 있다가 위는 창자와 통화할 것이다./"점막질에 약간 유해한 액체 바로 통과했음."/저녁쯤 항문은 입에게 팩시를 보낼 것이다./"숙주(宿主)에 불면증 있음."
황동규의 '풍장38'
■ 우리에겐 내면이 없다. 우리의 외면(外面)은 눈코입귀목젖배발로 구성된 신체의 외부라면 내면(內面)은 뜻밖에 '마음'이나 '기분'이나 '정신'이나 '영혼'을 가리키는 말로 바뀐다. 신체의 내면은 왜 표현으로 잘 잡히지 않을까. 우리는 심장이나 소화기관 따위의 내부붙이를 지니고 있지만, 거칠게 보면 인체구조는 하나의 터널이다. 입과 항문이라는 단속(斷續)적인 문을 지니고 있기는 하지만 긴 회랑(回廊)으로 이어져있는 동굴의 길을 내부에 깔아놓고 있다. 바깥과 통하는 이 허공길을 우리는 내부로 삼고 살고 있다. 우리는 그 허공을 빌려 물과 음식과 공기를 통과시킨다. 그 일부를 조금 섭취하기는 하지만 많은 양은 그냥 지나가게 한다. 식사와 배설의 프로세스. 음식의 발송과 소화기관의 통화와 배설기관의 팩스가 바로 먹고사는 일의 정체이다. 시인은 약간의 조크를 섞었지만, 몸이란 무엇인가, 영혼은 그것의 어디쯤에 있는가,라는 질문이 일어나는 시이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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