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이슬람 지역의 반미(反美) 시위가 이집트, 리비아를 넘어 예멘 등 전세계 이슬람 국가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란, 수단, 모로코, 나이지리아 등은 물론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에서도 심상치 않은 국면이 전개되고 있어 반미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거나 또 다른 유혈 사태로 이어질까 각국정부와 미 당국이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금요일이 고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이슬람권 국가 소재 외교 공관의 경비와 자국 외교관 및 국민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경계 강화를 지시했다.
13일(현지시간) AP AFP등외신에 따르면 미국 해군은 리비아 인근 해상에 순항 미사일을 탑재한 구축함 2대를 배치하기로 했다. 또 무인 정찰기를 활용해 무장 세력 추적·감시 활동도 강화할 예정이다.
수도 트리폴리의 미국 대사관 경계를 위해 40여명의 반(反) 테러 엘리트 해병대 부대인 FAST를 파견했다.
연방수사국(FBI)과 중앙정보국(CIA)도 현지에 요원들을 보내 사건 전모를 파악하고 알 카에다 등의 개입 가능성을 살피기 위한 증거 수집 활동을 벌이고 있다.
국무부는 모든 비(非) 필수 인력은 민간 항공기로 철수할 것을 권고했다.
이집트 카이로의 외교 공관에 대한 경계도 강화했다. 카이로 미국 대사관 앞에서는 영화 '무슬림의 순진함(Innocence of Muslims)'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날도 이어져
진압 경찰이 최루탄으로 시위대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최소 13명이 부상했다.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은 문제의 영화를 "공격적이고 비도덕적"이라고 비난하면서도 이집트 국민에게는 자제를 당부했다.
이집트 무슬림형제단이 14일 전국 주요 모스크에서 예배를 마친 뒤 영화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를 열기로 해 이번 사태의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예멘 수도 사나에서 예언자 무하마드를 모욕한 미국 영화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미국 대사관에 한때 난입해 경찰과 충돌했다.
수백명의 시위대는 이날 대사관 구내로 들어가 게양된 성조기를 끌어내 불에 태웠으나 물대포 등을 동원한 경찰에 막혀 대사관 건물 진입에 실패한 채 밖으로 밀려났다.
이란 테헤란에서도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스위스 대사관 앞에서 대학생들의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 라민 메흐만파라스트는 전날 이 영화에 대해 "이슬람의 존엄에 모욕을 가한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미국 정부의 조직적이고 지속적 침묵이 이런 행위가 계속 발생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북아프리카 수단과 모로코, 튀니지 소재 미국 외교 공관 앞에서는 전날 해당 영화 내용을 규탄하고 미국 측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유엔본부 앞에서도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을 일컫는 소수 살라피스트 그룹이 이끄는 시위가 열렸다.
시위대는 영화를 옹호한 것으로 전해진 한 미국인 목사의 사진과 성조기를 불태우기도 했다.
파우지 바르움 하마스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에서 "인간적인 가치와 원리에 대한 무시에 마침표를 찍기를 원한다"면서 "모든 잘못된 정책이 끝나고 무슬림의 권리가 존중받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이날 튀니지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시위대가 성조기를 불에 태우는 장면을 반복해서 보도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집단행동 움직임은 없지만 인도네시아 정부와 미국은 국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문제의 영화 접근을 차단하도록 요청했다. 정부 관리들은 국민에게 종종 시위로 발전하는 금요일 기도를 앞두고 진정하라고 요청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소재 미국 대사관은 미국 시민권자들에게 주변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도록 하는 폭력 시위를 벌일 수 있는 만큼 자리를 피하라고 경고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말레이시아 소재 미국 대사관은 홈페이지에 올린 권고문에서 "카이로와 벵가지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볼 때 쿠알라룸푸르에서도 시위가 일어날 공산이 있다"고 경고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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