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폭탄주로 달린 속, 매운 햄버거로 풀어볼까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
◆당신에게 추천합니다.
밤새 폭탄주로 '달린' 속을 피자나 햄버거로 푸는 독특한 '뉴욕스타일' 그대.
◆한 줄 느낌
어, 상하이스파이시버거랑 똑같은데?
햄버거 매장에 다정히 앉은 남녀. 햄버거를 한 입 베어 문 여자에게 남자가 "나 결혼하기로 했어"라며 청첩장을 건넨다. 내심 그의 여자라 생각했던 그녀는 뒤통수를 맞는 느낌이었지만 "그래, 축하해" 라며 애써 콧대를 세운다. 청첩장에는 '나와 결혼해줄래'라는 선명한 글씨와 함께 입에 묻은 하얀 소스를 자상하게 닦아주는 남자와 행복해하는 여자의 얼굴이 크로스된다.
TV에 나온 햄버거 CF의 한 장면을 본 골드미스 진 팀장(37세)은 '아니, 지금 프로포즈를 햄버거 매장에서 하는거야?'라며 헛웃음을 친다. 자고로 프로포즈는 반지나 촛불, 꽃은 기본이 되야 한다는 '촌스런' 관념을 가지고 있는 그녀다. (이러니 시집을 못가지··) 하지만 내심 부럽다. 맘에 드는 남자와 저 햄버거를 먹으면 왠지 프로포즈를 받을 것 같은 '정신나간' 생각마저 든다.
"그래, 저거 먹고 나도 프로포즈 받는 상상을 해보는 거야". 그녀의 손에는 문제의 햄버거가 들려있다. 맥도날드가 10월 31일까지 한시 판매하는 맥스파이시 치킨디럭스 버거다.
금색 포장지를 뜯으니 내용물이 큼직하다. 치킨 패티가 빵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는 아니지만 두꺼운 무게감이 제법 살아있다.
입안에서의 첫 느낌은 맵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매콤한 치킨의 맛이 혀를 자극한다. 그런데 소스가 '에러'다. 음식은 빨갛고 매워야 한다는 '몹쓸' 식성을 가진 그녀에게는 알싸한 맛을 반감시키는 정체불명의 소스가 달갑지 않다. 크리미페퍼 소스라는데 그녀가 보기엔 그저 마요네즈맛 같다.
뭐, 부드럽고 달콤함을 사랑하는 일반 여인네들에게는 딱 맞으리라. 요즘 비싸서 못 사먹는 토마토가 햄버거의 폭신한 빵과 치킨의 담백함과 어울려 상큼하다.
두번 째 베어 물으니 입이 찢어질 듯하다. 양입 주변에 하얀 소스가 잔뜩 묻혀진다. 소스에 버무러진 양상추가 입안 한가득을 채운다. 양상추가 많은 것을 좋아하지만 '(프로포즈 해줄)남자친구 앞에서 먹음 추하겠는데ㆍㆍ'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곧 므흣한 상상으로 이어진다.
혼자 외로워 상상속에 만든 남친을 떠올리며 '시크릿가든의 거품키스 처럼 입에 묻은 소스를 보고 그가 키스해겠지'라는 주책을 떨어본다.
그런데 먹으면 먹을수록 자꾸 생각나는 햄버거가 있다. 맥도날드의 상하이스파이시치킨버거다. 상하이버거 역시 매운 치킨이 핵심이다. 내용물도 비슷하다. 베이컨이 있고 없고의 차이일 뿐. 상하이보다 조금 더 짭쪼름하고 고소하다고나 할까. 깊은 베이컨의 맛이 한몫하는 걸까. 메뉴 돌려막기라고 생각되지만 맛만 있으면 되니 이것도 나쁘지 않다.
가격은 좀 비싸다. 햄버거 하나가 4400원. 불고기버거가 1600원이니 3배값이다. 닭가슴살의 퍽퍽함을 싫어하거나 숯불향이 확나는 소고기 패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별로 권할 만하지 않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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