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검토 착수..브랜드 인지도 낮은 업체 반발 예상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금융당국이 온라인 자동차보험의 보험료 체계를 이원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온라인 보험은 인터넷과 텔레마케팅(상담전화 영업) 등 2개의 영업채널을 포함하는데 현재는 단일 가격체계가 적용된다. 인터넷이나 텔레마케터를 통해 같은 조건의 보험에 가입할 경우 보험료가 똑같다는 얘기다. 당국은 이 부분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현황 파악에 나설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12일 "인터넷과 텔레마케팅 영업채널이 다름에도 보험료가 동등하게 적용된다는 점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온라인 자동차보험의 가격 체계를 들여다 볼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인터넷으로 보험에 가입할 경우 텔레마케팅을 통할 때보다 가격을 내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당국이 온라인 차보험 가격을 만지작거리는 이유는 '채널이 다른 만큼 보험료도 달라야 한다'는 원칙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이와 관련해 인터넷 가입 차보험료가 텔레마케팅 보다 2%가량 낮게 책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인터넷과 달리 텔레마케팅은 상담인력이 동원되는 만큼 인건비가 발생한다.
이와 함께 온라인 차보험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점도 가격체계를 들여다보는 배경이다. 일부 온ㆍ오프 겸영 손해보험사의 경우 온라인 비중이 오프라인(대면영업채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1회계연도 롯데손보의 온라인 차보험 가입비중은 63%, 흥국화재는 57%에 달했다. 한화손해보험과 그린손해보험는 각각 30%, 대형사인 동부화재 역시 온라인 비중이 30%를 넘어섰다.
당국의 이 같은 방침에 따라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사에 적용되고 있는 '1사1가격체계'도 바뀔 전망이다. 악사(AXA), 하이카, 더케이, 에르고다음 등 국내 4개 온라인 자동차보험사는 채널과 상관없이 같은 조건의 상품에 대해서는 보험료를 똑같이 책정해왔다.
업계에서는 일단 영업채널별로 보험료를 다르게 적용할 경우 고객의 선택권을 넓힌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텔레마케터 도움 없이 가입자가 인터넷에서 직접 가입하는 것에 대해 보험료를 깎아주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직접 사이트를 방문한 가입자는 그만큼 상품이나 보험사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는 의미"라면서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텔레마케팅 영업이 활성화된 온라인 차보험사는 가격 이원화에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인터넷 채널을 통한 가입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면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대형사 쪽에 고객을 뺏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카, 더케이, 악사 등 온라인 차보험사의 경우 영업 대부분을 텔레마케팅에 의존한다. 반면 업계 1위인 삼성화재는 인터넷을 통해서만 차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어 딱히 할 말은 없지만 가격체계를 다변화하면 텔레마케팅이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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