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갈등' 결국 산업계로 불똥 튀었다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임선태 기자, 임철영 기자, 이승종 기자, 오주연 기자]국내 산업ㆍ금융계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후 한달간 지속된 한ㆍ일 갈등의 직격탄을 맞았다. 국내 채권시장에서 일본 자금이 급속도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국내 업체의 수출길이 막히고 일본 여행객의 취소 사례도 잇따른다. 한국에서 영업을 하는 일본 업체들의 실적에도 이상징후가 포착됐다.
1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일본과 거래하는 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한일관계 악화에 따른 산업계 영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12%가 교역 차질과 매출 감소 등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는 '관광업'이 28.6%로 가장 많았고 '일본 수입차 딜러업'이 25.8%로 2위를 차지했다. 이밖에 '식품업'(20.6%)과 '휴대전화 및 가전제조업'(5.6%)이 뒤를 이었다.
실례로 국내 관광업계는 일본인 단체관광 예약 취소가 이어지면서 애를 태우고 있다. 국내 3대 여행업체 A사 사장은 "광복절부터 지난 달 말까지 한국 여행을 계획했다가 취소한 일본인 단체관광객이 300명에 육박한다"며 "보통 이달 말부터 시작되는 일본 수학여행 특수도 실종될까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본 관광객의 취소가 이어지면서 항공업계도 발등의 불이다. 국내 굴지의 한 항공사는 비수기인 올 1,2분기 한일노선 탑승률이 각각 78%, 73%였다가 성수기인 3분기에 90%로 올랐지만 8월 이후 수요가 급격히 줄어 80%대 그쳤다.
흑초 제조 식품업체 D사는 수출 물량이 급감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일본 주문업체의 납품연기 요청으로 일본 현지 매출이 3분의 1로 급감했다. 현 추세라면 올해 주문량은 작년의 절반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영업중인 일본 기업들도 고전하긴 마찬가지다. 5년째 일본차를 판매하고 있는 C사는 한일관계 경색 이후 전시장을 찾는 고객의 수가 3분의 2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판매대수 추이도 심상치 않다. 한국수입자동차 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일본 브랜드의 판매대수는 1589대로 전년 동기 대비 12.3% 감소했다. 전체 수입차의 판매대수가 16% 늘어난 것과 크게 상반된 모습이다.
일본 자금도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상장채권에 대한 일본 순투자는 1120억원 감소했다. 순투자는 순매수액에서 만기상환액을 제외한 수치다. 순투자가 감소했다는 건 그만큼 국내 채권시장에서 일본 자금이 빠져나갔음을 의미한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월별 순투자 규모를 집계해 발표하기 시작한 지난 2009년1월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소 연구원은 "2005년 다케시마의 날 제정, 2006ㆍ2008년 일본 교과서 독도 영유권 표기에는 일본이 먼저 도발했고 우리가 대응하는 식이었다면 지금은 정반대의 상황"이라며 "일본에서는 한국이 먼저 도발했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피해를 입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
임선태 기자 neojwalker@
임철영 기자 cylim@
이승종 기자 hanarum@
오주연 기자 moon170@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