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의 꿈> 1-2회 KBS1 토-일 밤 9시 40분
허례허식의 기름기를 싹 뺀 클래식 사극의 귀환이다. 삼국통일을 향한 신라의 야망을 그릴 <대왕의 꿈>은 최근 과거와 현재의 어설픈 퓨전으로 무리수를 두고 있는 사극들 틈바구니 속에서 고전의 맛을 고수한다는 점만으로도 일단은 독보적이다. 여기에 인물들 간의 갈등의 양상이 단일하거나 단조롭지 않고 신분과 처지에 따라 복잡하게 얽히고설키면서 서사는 흡입력과 탄력을 확보한다. 초반부터 곧장 권력의 정중앙인 왕실, 그 중에서도 분쟁의 핵인 왕위 계승 문제를 건드리며 무력한 진평왕(김하균)과 골품을 따지며 보수와 개혁파로 양분된 서라벌 귀족들의 갈등을 빠르게 전개해 나간 것은 돋보인다. 그리고 정계 밖의 야인 무리와 다가올 외세의 기운까지 놓치지 않고 보여주면서 앞으로 다양한 충돌들이 빚을 회오리바람과 같은 시너지는 확실해 보인다. 여기에 왕실 안팎을 이어줄 “핏줄” 간의 견제와 배신의 조짐이 더해지면서 단 두 회 만에 이야기의 기틀을 잡았다.
무엇보다도 적재적소에 매복된 갈등들을 촉발할 촉매제는 정치에 대한 견해의 차이가 될 것임을 예측하게 한다. 명분과 국법을 지키는 것 사이에서 무엇이 “정당한 일”인지를 묻는 어린 춘추(채상우)와 유신(노영학), 야인 무리의 수장 비형(장동직)의 대화는 훗날 나당연합을 두고 서로 다른 입장으로 대립할 대왕 김춘추(최수종)와 김유신(김유석)의 밑그림이 된다. 극이 믿음직한 힘을 발휘하는 데는 겹겹의 층위로 쌓아 올린 스토리 라인과 더불어 몇 편의 사극을 통해 이미 검증된 아역 배우들의 안정되고 결기 어린 연기와 다양한 카메라 앵글, 슬로우 모션을 적절히 활용하며 공을 들인 무술 신도 주요했다. 통통 튀는 맛 대신 곁눈질 하지 않고 기본에 충실한 담대한 사극을 기대한다면 <대왕의 꿈>은 나쁘지 않은 출발이다. 조금 더 따라가 보고 싶은 꿈이 이제 막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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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정지혜(TV평론가) 외부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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