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경 돈 3억8000만원 뜯어낸 원희룡前보좌관 공범 구속기소, 평소 “내가 CIA지부장인데.."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저축은행 불법대출을 빌미삼아 여기저기서 돈을 뜯어내던 인물이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을 협박해 수억원을 뜯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희룡 전 의원의 보좌관을 배후에서 조종한 것도 이 인물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산하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최운식 부장검사)은 공갈 혐의로 허모(57)씨를 구속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허씨는 “미래저축은행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구속될 수 있다”며 김모씨를 겁줘 위조여권 및 해외 은신처 마련 자금 명목으로 지난해 8월 8500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56·구속기소)이 충남 아산 골프장 공사대금 마련을 위해 2000억원대 차명대출을 받는 과정에 깊이 개입한 인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 결과 허씨는 김씨로부터 “미래저축은행이 증자에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해외로 돈을 빼돌릴 수 있도록 해달라”는 부탁을 받는 과정에서 김찬경 회장과의 관계를 알게 돼 이를 범행에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허씨는 수차례 김씨에게 김찬경 회장의 비자금을 숨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씨는 새누리당 원희룡 전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L씨(42·구속기소)와 짜고 김찬경 회장을 협박해 지난해 10월 3억 8000만원을 뜯어낸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앞서 공범인 이씨를 지난 6월 재판에 넘겼다.
검찰 수사 결과 이들은 “불법대출 사실을 검찰에 알리겠다”며 이메일을 보내거나, 골프장 실소유주 확인에 나서는 등의 방법으로 김 회장에게 수차례 압박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허씨는 서울대 운동권 출신 모임 고문 등을 지내며 평소 L씨와 알고 지내던 사이로 알려졌다. 이씨는 2010년 김찬경 회장이 골프장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몸소 본인의 회사 명의를 빌려줘 179억원대 차명대출을 도왔다.
한편 허씨는 일명 ‘허박사’로 불리며 평소 지인들에게 자신을 “CIA 한국지부장, 홍콩지부장 등을 역임했고, 정·관계 유력인사들과 친분이 있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소개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허씨를 지난달 23일 구속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