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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수 감독, '수원전 필승' 카드를 버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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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수 감독, '수원전 필승' 카드를 버린 이유 [사진=FC서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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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쳔=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무조건 이기겠다는 의지가 오히려 독이 됐다. 전략 수정이다."

K리그 전반기 30라운드가 끝났다. 순위표 맨 윗자리의 주인은 FC 서울이다. '무공해 축구'란 기치에 걸맞은 화력을 보여줬다. 선봉에 선 데얀-몰리나 듀오는 무려 36골을 합작했다. 리그 최소 실점의 탄탄한 수비가 그 뒤를 받쳤다. 그 흔한 연패조차 단 한 번도 없었다. 전반기 최강팀으로 불리기에 손색없는 성적이었다.


옥에 티가 있었다. 수원과의 '슈퍼 매치'에서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FA컵 포함 세 번을 내리 졌다. 과거 전적을 포함하면 수원전 6연패에 무득점 5연패다. 올 시즌 서울이 단 1점도 승점을 따내지 못한 팀은 수원이 유일하다. 무엇보다 라이벌전 연패에 자존심이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서울과 수원은 나란히 전반기 8강(A그룹)에 포함, 후반기 스플릿에서 두 번 더 만난다. 10월 3일(수원 홈)과 11월 4일(서울 홈)에서 또 다시 격돌한다.


서울로선 두 차례 수원전이 2010년 이후 2년 만의 정상탈환에 최대 승부처인 셈이다. 전북 간판 공격수 에닝요조차도 "서울이 수원에 다 지고, 전북이 남은 경기를 다 이기면 우리가 우승"이라고 도발할 정도다.


자존심과 정황상 '무조건 승리'를 외쳐도 모자랄 판. 그런데 최용수 서울 감독의 말은 다르다. 오히려 "굳이 반드시 이길 필요가 있겠나"라고 반문한다.


지레 겁먹고 포기한 건 아니다. 이유가 있다. 최 감독은 수원전 6연패의 가장 큰 원인을 부담감에서 찾았다. 특히 지난 8월 마지막 맞대결이 그랬다. 수원은 앞서 5번을 이겼으니, 한 번은 져도 된다는 식으로 부담 없이 나왔다. 반면 서울 선수들은 반드시 이기려고만 했다는 것.


승리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선수들의 발끝을 무디게 했다. 일방적 경기 내용에 슈팅만도 무려 24번을 때렸지만 모두 골문을 외면했다. 결국 역습을 허용하며 허무한 0-2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최 감독은 실패를 교훈 삼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당시 경기를 끝나고 미팅을 가졌다"라며 "선수들에게 '여러분이 최선을 다했지만, 운이 안 따랐을 뿐'이라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더불어 수원전에 임할 태도를 바꿀 것을 주문했다. 그는 "이기려고 발악만 하면 안 된다"라며 "무승부만 해도 연패는 끊어지는 것 아니냐"라고 웃으며 말했다.


발상의 전환이다. 지나치게 설욕하겠다는 욕심에 극심한 압박감을 받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편한 마음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 일리가 있는 얘기였다.최 감독은 "그동안 수원전에서 너무 조급했다. 일단 10월 원정에서 연패를 끊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 다음 승부수는 11월 홈경기다. 우승 경쟁이 최고조에 달할 때"라며 "그날 경기에 모든 K리그 팬들의 시선이 집중될 것이다. 결정적 순간 수원을 이기고 화려하게 피날레를 장식하겠다"라고 말했다.


시작은 좋지 않았지만, 해피엔딩만큼은 놓칠 수 없다는 각오. 농담 섞어 말하면서도 최 감독의 눈빛은 예리하게 빛나고 있었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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