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이명박 대통령이 3일 논란이 일고 있는 성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약물 치료) 확대에 대해 긍정적 의사를 밝혀 주목된다. 이미 지난 1일 여당과 정부가 화학적 거세 확대 시행에 합의한 데 이어 이 대통령까지 적극 검토 의사를 밝힘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관련 법률 개정 등 구체적인 작업이 곧 착수될 전망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실효성 및 인권 침해 논란이 여전한 형편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7시45분 라디오ㆍ인터넷을 통해 방송된 대국민 연설에서 최근 잇따라 발생한 성폭력ㆍ묻지마 범죄에 대해 언급하면서 "성폭력 범죄는 재범 가능성이 높다. 현재 2만 명에 달하는 성폭력 재범 위험자가 사는 곳과 현황을 모두 다시 파악해서 중점 관리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성범죄자 신상공개를 해 나가겠다"며 "전자발찌의 실효성을 높여가는 한편 그것만으로 부족하면 약물치료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대책을 적극 검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전날 당-정이 합의한 성폭행범에 대한 성충동 억제 약물 치료, 이른바 '화학적 거세' 확대 방침에 동의를 표시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정은 성범죄 근절을 위해 현행법상 16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로 재범 위험성과 성도착증 등 3가지 요건을 충족할 경우 할 수 있는 약물 치료의 대상을 확대하기로 합의했었다. 다만 확대 범위에 대해선 새누리당 측은 전면 확대, 정부는 점진적인 확대를 주장해 향후 협의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또 잇따른 성폭력 및 묻지마 범행에 대해 피해자들을 위로한 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가가 존립하는 근본 이유라는 점에서, 대통령으로서 정말 참담하고 송구스런 마음"이라며 거듭 사과했다. 전날 경찰청을 전격 방문해 사과한 데에 이어 두번째였다.
이 대통령은 특히 신속ㆍ철저하면서도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범죄를 뿌리 뽑지 않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없다"며 "정부는 근본 대책을 찾기 위해 관계 부처 합동 대책회의를 신속히 열었고, 저 또한 어느 때보다 굳은 각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를 위해 치안 인력 보강 및 관련 예산 내년 예산안 반영, 인터넷 상 음란물ㆍ유해 정보 유통을 막기 위한 정치권ㆍ정부의 신속한 법ㆍ제도 개선, 재범자를 막기 위한 성범죄자 신상공개 및 철저한 관리, 사회안전망 강화 등의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와 함께 "최근 흉악범죄는 국민들의 정상적인 생활을 어렵게 하고 불안에 떨게 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기본권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며 "정부는 모든 역량을 집중해서 범죄를 예방하고 사회안전을 확보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연설 서두에서 태풍 피해 주민들을 위로하고 신속한 복구ㆍ보상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올 여름에는 폭염에 뒤이어 두차례 다가온 태풍으로 참으로 (국민들의) 어려움이 많으셨다"며 "과일이나 농작물, 양식 어류 등 수확을 앞두고 갑작스런 큰 피해를 입은 농어민들 심정을 생각하면, 참으로 마음이 무겁다.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깊은 위로를 드리면서, 정부는 피해복구와 보상이 신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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