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2008년 미국의 리먼 브러더스 사태에서 비롯된 유럽존의 금융 위기는 4년이 지난 현재까지 ‘진행형’이다. 유로존 국가들은 그리스와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들의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 중이다. 유럽중앙은행(ECB)를 비롯한 독일과 프랑스 등의 지도자들은 이들 애물단지 국가의 유로존 탈퇴를 막기 위해 “유로존 안정을 위해 모든 수단 동원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지도자들은 유로존 위기 해결 방안으로 ‘통합’을 강조하면서도 ‘연방주의(Federalism)'라는 단어 사용을 꺼린다고 영국의 공영방송 BBC가 최근 보도했다. 연방주의는 미국이나 독일처럼 하나의 중앙정부가 자치권을 가진 각각의 지방정부를 통치하는 정치형태다.
BBC에 따르면 유로존 지도자들은 유로존 위기의 장기적인 해결 방안으로 ‘통합된 유럽’을 꼽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재는 지난해 한 연설에서 “유럽연합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고, ECB의 독일 대표인 외르크 나스무센은 한 발 더 나가 “국가 통치권을 더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유럽을 구하는 길이 유럽연방(Federal Europe)이라는 의미다.
이 같은 주장은 영국의 마가렛 대처 수상이 일찍부터 선점했다. 그는 1990년 유럽연합(EU) 가입에 대해 “경제와 통화의 연합은 통합된 유럽으로 가는 뒷문”이라며 “완전히 거부한다”고 말했다.
유럽에선 여전히 연방주의에 대해 끔찍하다고 생각된다고 BBC는 설명했다. 특히 앵글로섹슨 계통의 국가에선 영광스럽지 않은 역사로 종종 목격됐다는 것이다. 처음 연방주의를 거론한 인사는 영국의 정치철학자 존 로크다. 그는 1690년에 발간된 ‘통치2론’이라는 책에서 정부가 다른 정부와 동맹관계로 들어가는 단계를 연방주의라고 서술했다.
로크의 이론이 나온 뒤 15년 만에 영국에선 실제로 연방주의국가가 탄생한다. 영국과 스코틀랜드가 프랑스의 카톨릭에 대항하기 위한 ‘신교도 방어벽’을 쌓는 협상에 돌입했고, 결국 각자의 자치권을 인정하는 하나의 국가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스코틀랜드 입장에선 통치권을 잃는 대신, 영국 식민지로부터 막대한 부를 쌓는 보상을 얻었다. 스코틀랜드는 고유의 법과 교육시스템 등을 유지하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영국의 연방주의는 잘 굴러왔다. 하지만 2014년 스코틀랜드 총선에서 독립투표를 하는 만큼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영국과 스코틀랜드의 통합 이후 80년이 세월이 흘러 미국에서도 연방주의가 실천됐다. 미국도 연방국가 초기에는 독립전쟁을 치루는 등 우역곡절을 겪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연합헌법을 승인하면서 논란이 종식됐고, 현재는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됐다.
BBC는 미국에서 이 헌법이 성서와 같은 효력이 있다는 점을 유로존 국가들이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BBC는 “연방주의는 마르크스주의와 같은 독닥적인 것이 아니다. 각각의 주(state)가 무엇인가를 잃는 대신 미래에 대한 안정을 보장 받는다”면서 “유럽에서 F워드가 자주 사용되는 순간 유럽이 장기적인 위기를 해결하는 단계로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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